내달 치러지는 대한의사협회장 보궐선거에서 경선 없이 회장을 선출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주목된다.
의료계가 사상 최대의 위기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많은 후보가 나서 표 대결을 벌이면 또 다시 분열과 갈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의료계 모든 직역들의 단결과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적임자를 단일 후보로 합의 추대해 내우외환을 극복하자는 것이다.
추대 대상자로는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직에서 사퇴한 지제근 전 의학회장 등 대내외적으로 신망이 두터운 원로급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4일 메디칼타임즈와의 통화에서 "차기회장을 뽑는 과정에서 자칫 계파간, 지역 간 갈등이 과열될 수 있다"며 "의료계가 비상상황인 만큼 이번에는 경선 없이 회장을 뽑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안정 속 개혁을 주장하는 보수 세력과 완전히 갈아엎자는 혁신세력이 맞붙게 될 이번 선거에서 보수 성향의 후보가 패할 경우 기성세대의 의협 장악력이 급속도로 떨어지는 힘의 이동 현상을 경계하는 방어심리도 작동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선거에서 출마가 유력시되는 한 출마예상자는 "얼마 전 전 의협 집행부에 관여하고 있는 한 인사로부터 추대로 가자는 제안을 받고 직선제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라서 거절했다"며 "그는 나만 동의하면 다른 출마예상자의 양보도 얻어낼 수 있다고 호언했다"고 말했다.
다른 출마예정자의 한 측근은 "일각에서 추대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업무추진 능력이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며 "원로를 추대해놓고 얼굴마담이나 시킬 만큼 지금 의료계 상황이 한가하지 않다는 여론이 추대 움직임보다 더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유희탁 의장은 "정관상 단독추대는 불가능하지만 후보가 단일화된다면 무투표 당선도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