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하고 수술을 진행해 환자가 사망했다 하더라도 설명의무를 위반하며 시행한 의료적 처치가 타당했다면 사망에 대한 책임까지 지워서는 안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의료상의 과실여부를 판단할때 의사의 과실로 인해 사고가 일어났다고 의심할 수 있을 정도의 최소한의 개연성도 없는 상태에서 결과만 가지고 막연하게 의사에게 무과실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 민사1부(재판장 전수안 대법관)는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위자료 배상판결을 받은 환자의 유가족들이 환자의 사망에 대한 일실수입 등을 보장하라며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에서 환자의 요구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하고 수술을 시행해 환자가 사망했을 경우 환자측이 선택의 기회를 잃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것에 대해 위자료를 보상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못막았다.
이어 재판부는 "하지만 환자의 사망과 관련한 모든 손해를 청구하려 한다면 환자의 사망과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록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하고 환자의 수술을 진행해 환자가 사망했다 하더라도 의사가 진행한 의료행위에 과실이 없다면 사망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과중하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
재판부는 "병원이 망인에게 ERCP(담췌관조영술)가 필요한 상태라 판단해 검사를 실시한 것은 망인의 증상이나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춰 타당한 것이었다"며 "또한 검사 과정에서 생긴 급성췌장염을 조치하는데 있어 의료진의 과실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또한 급성췌장염은 ERCP검사에 따르는 전형적인 부작용이지만 그 발생빈도가 높지는 않다"며 "또한 망인이 병원에 2주 예정으로 입원한 점을 비춰봤을때 의사가 검사에 앞서 환자측에 설명의무를 다했더라도 검사를 거부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고 판단근거를 전했다.
이에 환자측은 의료진이 내과적 처치를 고집해 환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또한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가진다"며 "의사의 선택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이상 그 결과만을 놓고 의사가 과실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기각했다.
또한 재판부는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니만큼 수술 도중 환자가 사망할만한 원인이 발생한 경우 그 증상이 발생한 이유가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힘든 간접사실을 입증해 의료과실을 입증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의사의 과실을 추정할만한 최소한의 개연성도 없는 사정들로 막연하게 의사에게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해 환자측이 자신의 진료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뺏은 사실은 인정되나 그 사망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한 만큼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위자료만을 배상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