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문신할 권리를 갖는다. 비의료인의 문신시술을 허용하라”
복지부가 의료법에 유사의료행위 인정 조항을 포함시키지 않는 대신 별도의 법률 근거를 마련키로 한 가운데 비의료인의 유사의료행위 인정을 요구하는 퍼포먼스가 벌어져 사태 추이가 주목된다.
타투이스트(문신예술가)인 이랑 씨는 22일 오후 1시경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문신시술 행위극을 열었다.
이날 이 씨는 ‘비의료인의 문신행위 합법화’를 요구하며 요리사 변규두 씨의 등에 평화를 상징하는 문양을 문신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그러자 서울 혜화경찰서는 이 씨를 의료법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하기에 이르렀다.
문화연대는 이날 ‘아주 타당한 자유, 나는 문신할 권리를 갖는다’는 주제로 문신시술 퍼포먼스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문화연대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의료법 개정안에 유사의료시술(수지침, 카이로프랙틱, 문신 등)로 묶여있던 행위들을 일부 양성화하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여전히 문신은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단단하게 봉인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문화연대는 “문신에 대한 배타적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의료집단의 탐욕을 넘어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담론의 유행 속에서도 사회적 편견으로 방치되어 있는 문신을 감옥에서 꺼내려고 한다”며 문신 합법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의료법상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보건범죄단속특별조치법은 이 규정을 위반해 비의료인이 영리를 목적으로 의료행위를 한 경우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지난 4월 영리를 목적으로 문신시술을 한 비의료인을 처벌토록 한 관련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선고했다.
그러나 복지부가 의료법 전부개정안에 유사의료행위를 인정하는 내용을 포함시키면서 합법화를 둘러싼 찬반 논쟁에 다시 불을 지폈다.
유사의료행위 인정 조항은 의료계의 강한 반발로 일단 의료법 개정안에서 삭제되긴 했지만 복지부가 다른 법률로 제도화하겠다고 밝힌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문신 퍼포먼스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한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문화연대는 “과거 장발과 미니스커트처럼 문신이 단속되고 있다”면서 “문신 합법화는 신체의 자기 결정권 확대 측면에서 매우 상징적이고 중요한 과제”라고 반박하며 유사의료행위 허용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다 문화연대는 앞으로 타투이스트 4인의 전국 도보 행진과 사회 각계의 문신합법화 지지선언 등의 행사를 잇달아 열어 문신 합법화 여론을 확산시켜 나갈 예정이다.
반면 대한미용문신의학회는 “문신은 실제로 바늘을 이용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병원에서 의료인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비의료인의 비위생적 시술로 인해 감염이나 흉터 형성, 알러지, 불법 마취로 인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일축하고 있다.
한편 이날 비의료인의 문신행위 인정 요구는 다른 유사의료행위 시술자로 번질 가능성이 적지 않아 앞으로 논란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