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성모병원이 백혈병환자의 진료비를 과다청구하고 있다는 논란이 불거진 이후 진료비 환불을 요구하는 민원이 800건을 넘어서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일부 환자들 사이에서는 진료비 적금을 붓는다고 말까지 돌고 있다는 게 병원의 설명이어서 정상적인 진료를 할 수 없는 수준으로 불신이 치닫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28일 가톨릭대 성모병원에 따르면 지난 22일 현재 심평원에 접수된 성모병원 관련 진료비확인 민원은 모두 839건에 달한다.
특히 이들 진료비확인 민원은 지난해 12월초 백혈병환우회가 성모병원의 진료비 과다청구 의혹을 제기한 이후 한달에 100건 이상의 민원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성모병원 관계자는 “백혈병환자가 퇴원하고 나면 진료비를 환불받을 수 있으니 민원을 넣으라는 안내문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환자들은 퇴원하자마자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의사가 환자를 믿고 진료를 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또 이 관계자는 “환자들 중에는 진료비를 낸다고 하지 않고 적금을 붓는다고 표현하기까지 한다”면서 “치료를 할 때에는 의학적 임의비급여든 뭐든 도움이 되는 건 다 해달라고 하고, 치료가 끝나면 민원을 넣는다”며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지적했다.
진료비 확인 민원이 줄지 않으면서 성모병원은 이중, 삼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병원 관계자는 “골수이식의 경우 환자 1명당 1천만원의 적자를 보는 게 현실인데 여기에다 많게는 수천만원씩 진료비 환불까지 당하면 사태가 지속되면 도저히 버틸 수가 없고, 민원으로 인한 행정력 손실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 의료진과 직원들의 사기가 점점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어 조혈모세포이식센터가 공중 분해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마저 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백혈병환우회는 성모병원이 진료비 삭감을 피하기 위해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항목을 비급여로 속여 환자들에게 임의 청구해 오던 관행을 근절하지 못해 이같은 집단 민원을 야기했다고 반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