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가 임상시험에서 자국 보호주의를 표방해왔던 일본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와의 공조체계로 급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임상의학연구소 신상구 소장(사진, 약리학 교수)은 10일 ‘일본 신약개발 및 임상시험에 대한 전략변화’ 기고문을 통해 “일본 후생성이 지난 5일 임상시험의 세계화 추세에 발맞춰 다국적기업의 신약개발에 참여하기 위한 대형병원 지원방안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일본은 신약 허가제도와 해외개발 신약에 대한 허가와 관련 장기간 리뷰 과정을 거쳐 허가를 미뤄왔으며 동북아시아의 인종자료에도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례로, 2000년 다국적 기업인 파마시아가 일본에서 첫 개발한 'Tolterodine'(과민성방광치료제) ER의 제3상 임상시험을 한·일 공동 연구로 성공적으로 진행했으나 일본내 개발신약 허가는 2004년 4월에 이뤄졌다.
신상구 소장은 “최근 다국가기업 임상시험이 한국과 대만 등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현 상황을 인지한 일본은 보수적인 견지를 지속할 경우, 자국 제약사의 신제품이 글로벌 제품으로 개발되는데 저해요소가 많다고 판단했다”며 “일본은 동북아 국가를 신약개발의 파트너로 선정 공동연구를 시작하여 이를 서구 국가의 임상시험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 소장은 “일본의 이같은 인식전환에는 현재의 임상시험 인프라가 오히려 한국과 대만에 뒤지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일본의 신약개발이 국제화시대에 탈락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고 전하고 “동경 게이오 대학병원과 기타사토 대학병원, 오이타 대학병원 등 10개 대형 대학병원을 핵심 임상시험병원으로 지정하고 중장기적 재정지원을 결정한 상태”라며 한국의 임상시험 구축방안을 모방한 일본의 체제변화를 시사했다.
신상구 소장은 “일본의 핵심병원들이 아시아 네트워크 구축계획을 바탕으로 한국 지역임상시험센터협의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구하고 있다”며 “일본의 이러한 변화는 동아시아 임상시험의 포지티브 전환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신상구 소장은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일본의 임상시험 인프라 방안을 계기로 우리나라도 국내 임상시험과 관련한 관·산·학의 노력을 지금보다 배가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한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보다 효율적인 협조체계를 구축해 해외 글로벌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신상구 소장은 지난 7일 일본 동경 기타사토대학 임상약리센터 2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 초청연사로 참석해 ‘한국의 임상시험 변화와 아시아지역 임상시험 협력’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