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약물치료에서 흔히 행해지는 중복조제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울산의대 김영식 교수(가정의학과)는 14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주최의 '비만치료 약물의 위해관리 심포지엄'에 발제자로 나서 이같은 의견을 밝혔다.
그는 식욕억제제, 열생성촉진제, 한방생약제, 변비약, 위장약, 비타민, 항우울제가 동시에 처방된 사례를 소개하면서 "병합요법이 단독요법보다 우수하다는 근거가 없고, 약물 상호작용에 의한 위해를 증가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비만환자의 경우, 당뇨·혈압약을 이미 복용하고 있지만, 이 약물들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진지한 고민없이 처방이 남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울증치료제, 간질치료제, 당뇨병치료제, 이뇨제, 갑상선호르몬제 등을 허가사항과는 다르게 비만치료에 사용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정의학회에서 2001년 아미노필린 피하주사요법이 체중감량에 효과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시술 중단을 권고한 사례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이들 약물은 효과가 우수하다는 근거가 없으며, 부적절한 약물사용 행위를 조장한다"면서 "결국 비용이 증가하며 의료인에 대한 신뢰성을 저하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심포지엄에는 다른 의견도 있었다.
강북삼성병원 박용우 교수는 "약물요법은 비만치료의 보조요법"이라면서 "비만 원인은 스트레스나 우울증, 인슐린 저항성 등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처방에 대한 판단은 의사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비만 약물 남용과 관련해 "다이어트와 비만 치료를 혼동하는 소비자 인식을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