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의 진료비 실태고발로 우려했던 민원사태가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6일 병원계와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 13일 방송된 KBS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돌려받는 진료비 1790만원편) 이후 심평원 홈페이지에 진료비 확인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심평원 민원상담팀은 “방송 직후부터 주말과 월요일까지 3일간 진료비 확인요청을 제출한 민원이 500건을 넘어서고 있다”며 “진료비를 소재로 한 방송이라는 점에서 민원쇄도를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빠른 반응을 보일지 몰랐다”고 전했다.
앞서 KBS는 ‘돌려받은 진료비 1790만원’ 방송에서 부당하게 과다 청구된 진료비를 돌려받는 의료소비자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성모병원 사태에 따른 임의비급여 문제를 소개하고 진료비 돌려받는 방법을 시청자에게 상세히 알려주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심평원 관계자는 민원현황 수치 공개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면서 “기존 접수된 분량이 아직 남아있어 방송으로 인한 민원을 처리하는데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민원상담의 공식적인 절차에 따라 사안별로 분류해 해당병원에 자료요청을 할 예정”이라며 방송에 따른 병원계의 후폭풍을 예고했다.
접수된 민원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방송 내용인 백혈병이 아닌 암 이나 타 질환으로 인한 입원과 외래 진료비 확인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심평원측은 “백혈병 민원은 지난해 성모병원 사태로 이미 꾸준히 제기돼 더 이상 증가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인터넷 접수 외에도 평균 30~40통에 이르는 민원상담 전화도 평상시보다 상당수 늘어났다”며 공중파의 위력에 혀를 내두르는 상황이다.
방송을 접한 대학병원들도 제2의 성모병원 사태가 전국으로 불거질 것이라는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는 상태이다.
모 대학병원 민원 담당자는 “성모병원 사태에 병원들이 공감대를 이루고 있지만 정착 행동은 없고 팔짱끼고 지켜보고 있다”며 “이러다보니 병원계 일부에서는 모든 대학병원이 임의비급여 문제로 초토화 돼야 국가가 정신을 차릴 것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해 현실과 제도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심평원도 “임의비급여 제도가 있는 한 이같은 상황은 어쩔 수 없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전제하고 “일주일 정도 이번 방송에 따른 시민들의 반응과 움직임을 지켜본 후 대책마련을 위한 논의를 준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