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계가 성모병원 사태의 대응책으로 정부와 국회 설득을 위한 치밀한 속도조절을 준비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협회는 31일 “여의도 성모병원 사태는 비단 한 대학병원의 문제가 아닌 만큼 복지부와 국회 등 다양한 접촉을 통해 지속적인 개선책 마련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병협 성익제 사무총장은 성모병원 사태와 관련 “140억에 이르는 성모병원 과징금 징수는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단시일내 풀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일부에서는 협회에 빠른 조치를 주문하고 있으나 이는 의료정책의 생리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데서 기인하다”고 언급했다.
성익제 사무총장은 “복지부를 다그치고 목소리만 높인다고 문제가 해결된다면 지금까지 소리쳐 온 의료계가 얻은 게 무엇이 있는가”라고 반문하고 “임의비급여가 현행 급여기준의 한계라는 것은 복지부도 알고 있지만 법 조항을 바꾸는 것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며 현실론에 입각한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
성익제 총장은 “감정적이며 즉흥적인 대응이 아니라 복지부와 심평원, 성모병원, 병협이 머리를 맞대고 잘못된 부분을 단계적으로 개선해 상호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임의비급여와 과징금 문제를 ‘100’으로 본다면 정부와 병원계간 실무 논의를 통해 이를 ‘50’ 이하로 점차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 총장은 “복지부도 성모병원의 향후 재판결과에 따라 이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은연중에 피력한 만큼 지루한 싸움일 수 있으나 병원계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전하고 “8월 중 병협 회장단과 복지부 장·차관 면담에 이어 9월 정기국회 등을 통해 병원계의 입장을 명확히 주지시켜 나갈 방침”이라며 단기처방이 아닌 끈기 있는 대정부 전략을 시사했다.
한편, 지난 30일 성모병원에 140억 과징금 사전처분 통지서를 전달한 복지부는 성모병원과 병원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태이다.
복지부 보험평가팀은 “과징금 5배 적용은 실사를 통해 법규에 규정된대로 부당이득 금액과 항목에 따라 결정된 만큼 특별한 사안이 없으며 그대로 갈 수밖에 없다”며 “성모병원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당한 진료에 대한 개선노력과 더불어 법 적용에 대한 복지부의 입장을 이해해 줬으면 한다”고 과징금 처분의 불가피성을 피력했다.
보험평가팀 관계자는 이어 “이대로 진행된다면 부당이득인 28억원은 건보공단으로 회수되고 과징금 140억원은 국고로 귀속될 것”이라고 전제하고 “법규에 기인해 업무를 처리하고 있으나 성모병원 문제가 달가운 부분은 아니다”라며 불명확한 현행 급여기준에 대한 안타까움을 우회적으로 토로했다.
병원계와 복지부 모두 원칙에 입각한 정중동의 입장을 보이는 사이 혈액종양 분야의 최고를 자임해온 여의도 성모병원은 존폐의 갈림길에서 보이지 않은 병마와 외롭게 싸우고 있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