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주의 정책과 언론보도로 인한 환자들의 민원이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대학병원 실무자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대학병원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제기되는 실질적인 민원수가 한 달 평균 100여건을 웃돌고 있어 민원 담당자들이 업무 과부하로 인해 지쳐가고 있다.
A 대학병원 민원 담당자는 “수 건에 불과하던 한달 민원 건수가 성모병원 사태와 시민단체의 환수운동, 고발보도 등 잇따른 움직임으로 30~40건에 이르고 있다”며 “말이 30~40건이지 한 환자가 제기한 행위별 민원으로 본다면 200~300여건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전에는 환자의 어려움을 감안해 민원 관리자들이 진료비를 빼주기도 하고 개인 돈을 주기도 하는 환자와 병원간 인간미가 있었다”고 회상하고 “하지만 지금은 민원제기로 인한 진료비 환급을 당연히 여기는 풍조로 서로간의 불신이 커져가고 있다”며 환자와 의료기관의 신뢰가 추락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B 대학병원 실무자는 “진료비에 대한 궁금증과 진위여부를 묻는 순수한 의미의 문의가 아니라 민원을 당연한 권리로 여기고 폭언과 고성을 일삼는 환자와 가족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증가하는 업무에다 민원인들의 커진 목소리로 얼마 전부터 민원부서는 기피부서로 회자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성모병원 사태 등 민원과 환수조치로 인한 민원부서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나 대학병원의 움직임은 거의 전무한 상태이다.
C 대학병원 민원팀은 “일부 병원을 제외하고는 2~3명의 담당자가 민원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고 전하고 “시민단체들의 조직적 강화로 민원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나 경영진의 실무 마인드는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며 급변하는 변화환경에 대한 탄력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민원 담당자는 “병원에서 민원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고 어떻게 해결하는지 정확히 아는 원장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며 “단순히 수치만을 보고받고 최소 비용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식의 일부 간부진의 단선적 사고가 경영진의 소극적인 대처를 부추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대학병원민원관리자협의회 이인영 회장(고려대 안산병원)은 “민원 담당자 상당수가 증가하는 민원과 과도한 업무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며 “대부분이 여름휴가를 잊고 이어지는 환자들의 항의전화와 상담으로 더욱 지쳐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인영 회장은 이어 “민원부서가 병원에 따라 보험심사팀이나 원무팀으로 나뉘어 있어 정보교류나 효과적인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하고 “최근 공단과 심평원의 부당한 환수조치에 대한 대학병원 민원 실무자들의 대응책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민원부서에 대한 경영진의 애정과 관심을 부탁했다.
높아지고 있는 환자들의 요구로 얼룩진 대학병원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서는 비판 일변도의 단선적 사고가 아닌 실무부서의 역량 강화를 위한 경영진의 사고전환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