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방금 내 진료기록부에 당신이 ‘신근암’이라고 쓰는 걸 봤소. 그게 도대체 무슨 암이요?”
의사 “이거 말입니까? ‘신근암’은 제 이름인데요”
환자가 암 진단을 받았다면 이 사실을 본인과 보호자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 미국이나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환자의 나쁜 소식을 전하기 위한 기준과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회장 한림의대 유형준 교수)는 8, 9일 양일간 성신여대에서 ‘의료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심포지엄 및 워크숍을 가졌다.
이번 학술행사에서 고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최윤선·홍정익 교수는 ‘환자와 가족에게 암 진단 통보하기’를 발표했다.
최윤선 교수는 “환자에게 나쁜 소식을 전하는 것이 의사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준다”면서 “의사들의 스트레스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나쁜 소식을 전달하는 그 순간 절정을 이루며 이후 급격히 줄어든다”고 밝혔다.
의사들은 나쁜 소식을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교육을 받고, 이런 과정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 장시간의 준비과정과 스스로 감정 조절하는 방법을 모색, 스트레스를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미국과 북유럽 등은 암환자에게 진실을 알리는 것에 대해 합의가 됐지만 개발도상국과 아시아의 의사들은 환자가 아닌 가족에게 우선 알리는 것을 선호하고 심지어 가족이 결정권을 가지며, 환자에게 알리는 것을 비윤리적인 것으로 여긴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보고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환자에게 암 진단과 같은 나쁜 소식을 솔직하게 알리는 경향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런 현상은 치료의 발달과 암 사망률의 감소, 암에 대한 수동적 자세 감소, 환자의 권리 증대 등의 결과”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암 환자에게 진실을 말해야 하는 이유는 환자와 의사 관계에 필수적인 신뢰를 만드는 첫 단추”라면서 “환자와 의사간의 효과적인 의사소통은 성공적인 치료를 지속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 교수는 “암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가족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상적으로는 암이 확진되었을 때 환자와 가족이 함께 설명을 듣는 것이 좋다”고 못 박았다.
미국과 북유럽, 일본에서는 암이 의심되는 단계에서부터 가급적 환자에게 모든 것을 알리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환자들 역시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아시아 문화에서는 이러한 환자의 요구를 무시하고 근거 없이 환자를 충격에서 보호한다거나, 가족들의 요구에 부합해 환자에게 진실을 전달하지 않거나 축소, 왜곡된 정보를 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의 서구 선진국들과의 문화적 차이를 고려해 한국의 실정에 맞게 나쁜 소식을 전하는 기준과 의사 교육과정이 정립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