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사의 대립구조로 비춰지고 있는 성분명 처방이 국내제약과 다국적 제약업체간 또 다른 신경전 양상을 보이는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립의료원에서 시행중인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에 국내 제약사와 해외 제약사 모두 정부와 의약계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사들이 관심을 갖는 핵심사항은 의약품 생산자의 입장에서 약의 주도권이 누구에게 이동하느냐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처방전에 따라 전문·일반의약품이 소비되는 상황에서는 의사를 주 타깃으로 한 학술과 영업 마케팅이 일순위이고 약국은 일반의약품과 건강보조식품 판매망 확대를 위한 보험성격에 불과하다는게 제약업계의 공통된 견해이다.
하지만 성분명 처방이 전면 실시가 아닌 시범사업 후 품목이 확대된다면 국내와 해외 제약사의 입장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다국적 제약사인 A사 관계자는 “외자사는 신약개발과 시판중인 오리지널약에 집중하고 있어 카피품이 확산될 성분명 처방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며 “더욱이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마케팅 전략을 구축하고 있는 상태에서 성분명에 따른 약국 영업을 확충해야 한다는 점에서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해 성분명 처방과 매출간의 반비례 관계를 내비쳤다.
반면, 국내 제약사 B사측은 “현재 외자사의 오리지널약이 병의원 처방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전하고 “시범사업 후 성분명 품목만이라도 확대된다면 약국영업을 이미 구축한 국내 제약업계는 저자세 위주의 경쟁에서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며 성분명의 기대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성분명 확대시 영업전략 수정 불가피"
국내외 제약사 모두 성분명 처방에 대한 입장에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면서 시범사업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는 모습이다.
외자사 C사 한 간부는 “성분명 처방을 논하기에는 이르나 생동성 파문으로 카피약에 대한 신뢰감이 부족한 상태에서 의사와 환자가 처방약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현재의 시범사업조차 의약사간 갈등이 심한 상태인데 이 사업이 전면실시로 갈지 의문”이라며 성분명에 대한 부정론을 제기했다.
또 다른 외자사인 D사 관계자는 “성분명은 약에 대한 기존질서가 재편되는 사업으로 신약 판매를 위한 의사 영업은 지속되나 무게중심이 약국 영업으로 향할 것”이라며 “외자가 상당수가 일단 관망하고 있으나 처방 정책 변화에 따라 제약사 전략도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제약사 E사는 “국내사들이 불리하다 또는 유리하다고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전하고 “개발에 치중한 업체와 마케팅에 주력 중인 업체와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어 시범사업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며 국내사 내부에서도 미묘한 시각차가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