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전문의가 행한 의학적 임의비급여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판결이 난 바 있는 ‘아토피사건’과 관련, 항소심이 본격화된다.
특히 이번 소송은 서울대병원, 성모병원 사건과 흡사한 점이 적지 않아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고등법원은 4일 소아과 전문의인 노건웅 박사가 2005년 복지부와 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업무정지처분 및 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을 재개한다.
복지부는 2002년 노 박사가 운영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실사 결과 △아토피 치료제로 고시되지 않은 주사제 사용 △요양급여기준에서 정한 범위를 초과한 검사 △급여에서 정하지 않은 치료재료 사용 등을 하고, 해당 비용을 환자에게 임의비급여했다며 업무정지 1년, 9억여원 환수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노 박사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서울행정법원은 1심에서 노 박사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원고는 중증 아토피 환자들에게 의학적으로 필요한 치료를 하고 상응하는 치료비를 받았으며 허위로 진료비를 청구한 것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이와 함께 표준치료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정부 고시가 정한 치료방식을 고수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전문가의 재량성 보장을 통한 치료목적 달성이라는 공익 목표와 충돌되는 측면이 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후 복지부는 행정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이번 항소심의 핵심 쟁점은 무엇보다 재판부가 의학적 임의비급여를 정당한 것으로 인정할 것이냐 여부다.
복지부와 공단은 서울행정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자 이는 사실상 아토피 피부염에 대해 건강보험 관련 법령을 초월해 의사의 재량권을 인정해야 된다는 취지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앞으로 아토피 치료에 대해 건강보험 관련 법령을 적용할 수 없게 해 엄청난 보험재정 유출이 발생하고, 아토피 피부염 이외의 진료에 대하여도 관련 기준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 근본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
반면 노 박사의 소송 대리인인 대외법률사무소는 피고측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대외법률사무소 현두륜 변호사는 “아토피에 관한 한 전문적인 의료인과 연구가 부족하고, 이로 인해 요양급여기준에도 인터맥스 감마 주사제 이외에 없다”면서 “이 사건 판결로 인해 아토피에 관한 건강보험기준 보다 의사들의 재량권을 우선할 가능성이 있다는 피고들의 주장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특히 현 변호사는 “건강보험 재정을 위해 아토피 치료를 막는 것은 그야말로 본말이 전도된 잘못된 정책”이라면서 “만약 보험재정 사정상 고가의 면역치료제를 보험으로 제공할 수 없다면 환자들의 부담 아래 치료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못 박았다.
한편 이번 아토피사건은 서울대병원이 심평원을 상대로 제기한 진료비 5천만원 환수 취소소송, 성모병원에 대한 복지부의 행정처분과 같이 공통적으로 의학적 임의비급여와 관련이 있다.
이에 따라 재판부가 1심에서처럼 의학적 임의비급여를 인정할 경우 유사 사건 뿐만 아니라 보험급여정책에도 엄청한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