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은 처음부터 턱 없이 낮은 수치를 제시하며, 압박을 가했다. 수차례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고 싶었지만, 향후 건정심을 생각해서라도 그럴 수는 없었다"
의협 좌훈정 보험이사가 18일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수가협상결과에 대해 입을 열었다.
좌 이사는 "공단이 유형별 원가 등에 대한 고려없이 정치적으로 타협을 이끌어내려 했다"면서 "이같은 타협에 응해서는 내년, 내후년에도 희망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좌 이사는 공단과의 협상에서 큰 벽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실제 의원의 경우, 이번 유형별 협상에서 큰 기대를 해왔던 것이 사실. 그간의 단일환사지수 하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아왔던 데다 공단에서 본격적인 협상에 앞서 이 같은 경향들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었다.
그러나, 실제 협상장에서 의협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는 것이 좌 이사의 설명이다. 그는 "첫 대면에서 공단이 우리측에 제시한 수치는 0.5% 인상안이었다. 당장 협상장을 박차고 나오고 싶었지만, 건정심에 가더라도 일단 수치를 끌어올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해 참고 또 참았다"고 말했다.
이후 공단의 제시안은 2.29%, 2.5% 인상률로 점진적으로 끌어올려졌다. 그러나 유형별 협상의 취지를 생각하면, 공단이 상한으로 제시한 2.5% 인상율도 받아들일 수 없는 수치였다.
좌 이사는 "공단측은 유형을 고려해 수가인상률에 차등을 준다고 했지만, 실제 협상과정을 도대체 납득할 수가 없다"이라면서 "약사회가 1.7%를 받았는데, 우리쪽에 2.5%를 던졌다. 공단이 제시한 상한율이 무엇을 근거로 만들어진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기에 동의를 하면 결국 정치적 타협에 수긍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렇게 되면 내년, 또 내후년 협상에서도 희망이 없다. 명분도 실리도, 개혁도 불가능하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실제 이번 협상에서 의협 협상단은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개선 등 수가협상의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점을 공단측에 강하게 요구했다.
언제까지고 한정된 재원을 이유로 불합리한 수가를 공급자에게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보험료 부과체계 등 건강보험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에 대해서는 공단도 상당부분 공감을 표했다. 앞서 이평수 상무는 협상과정 중 의협대표단에 대해 "예년과 다르다.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