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판독한 MRI 영상을 맹신한 채 환자의 머리에 방사선 치료를 지속해 탈모 등 부작용을 일으킨 의사는 환자에게 마땅히 손해배상을 해야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진단을 위한 최소한의 확인절차도 거치지 않는 등 오진에 대한 가능성을 배재하고 시술을 시행해 환자에게 부작용을 일으킨 만큼 환자의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대구지방법원 민사11부는 31일 유방암 치료를 받던 중 MRI 판독 오류로 뇌연수막 전이 진단이 나와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가 부작용 등에 대한 병원의 과실을 물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환자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사건은 환자 A씨가 유방암 치료를 위해 통원치료를 받던 중 화장실에서 빈혈 증세를 호소하며 쓰러진데서 비롯됐다.
이에 의료진은 A씨의 상태를 염려해 MRI를 촬영했고 정상적인 뇌 영상을 얻었으나 당시 병원 진단방사선과 전문의는 이 MRI를 유방암이 뇌 연수막으로 전이된 것이라고 잘못 판독했다.
그러자 이 병원 외과 의사는 이를 의심없이 받아들였고 환자에 대한 방사선 치료를 시작, 10여차레에 걸쳐 머리에 방사선을 치료를 지속했다.
하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병원은 사후를 준비할 시간을 마련하라며 환자를 퇴원시켰고 이에 환자는 타 병원을 찾아갔으나 그 병원에서는 뇌에 전이가 전혀 없다는 소견을 보이자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병원이 시행한 MRI영상은 정상적인 뇌의 상태를 보여주는 영상이었다"며 "하지만 이 병원 진단방사선과 의사는 이를 유방암이 뇌연수막으로 전이된 상태라고 잘못 판독했으며 외과의사는 이를 의심하지 않고 방사선 치료를 지속한 것은 분명한 과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또한 유방암이 연수막으로 전이됐는지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요추천자 검사가 필수적이다"며 "하지만 이 외과의사는 신경과 의사의 지속적인 권유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 오진을 지속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병원은 환자가 입은 탈모 등에 대한 부작용과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1억여원의 손해배상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의료행위의 특성상 뇌연수막 전이는 진단이 어렵고 전이가 있을 경우 평균 생존기간이 매우 짧아 시급한 치료가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환자의 모든 피해를 병원에게만 부과시키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병원과 의사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