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00병상 이상의 병원을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는 2주기 의료기관평가에서도 갖가지 편법대응이 판을 치고 있어 평가가 무의미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최근 평가를 마친 16개병원 노조원들에게 실시한 설문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이러한 편법사례를 공개하고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19일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해당 병원 직원들이 가장 불합리하다 여기고 있는 것은 평가기간내에 과도하게 업무량이 늘어났다는 불만이었다.
총 16개 병원의 16명의 직원 모두가 평가기간때 업무가 가중돼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답했으며 13명(81%)의 직원들이 휴가를 금지당하고 파행적인 연장근무를 강요당했다고 토로했다.
또한 직원을 환자보호자로 위장해 평가에 대비했다고 답한 직원도 11명(69%)에 달했으며 임시인력을 고용하는 편법사례도 43%나 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구체적인 편법사례를 증언한 직원들도 많았다. 직원들이 폭로한 편법사례를 보면, 먼저 평소 쓰지 않았던 환자 바코드 팔찌를 갑작스레 만들어 평가 당일 환자들에게 배부했으며 응급실 평가를 받기 위해 평가기간 중 119 후송 차량을 받지 않은 병원도 있었다.
또한 병실 면적을 확보하기 위해 병상 일부를 빼고 평가를 받은 뒤 다시 병상을 집어넣은 사례도 있었으며, 일부 병원에서는 평가단에게 최고급 호텔에서 숙식을 제공하고 밤에 별도로 회식자리를 마련했다는 증언도 많았다.
이러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보건노조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평가를 위한 평가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평가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평가단을 보다 강화하고 불시 점검을 도입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노조는 "현재 병원평가는 환자를 기만하고 병원노동자들을 고생시키는 눈가림 반짝 쇼에 불과하다"며 "병원평가가 제대로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일률적인 평가기간을 조정해 병원 규모에 따라 평가기간을 2-5일로 차등시켜야 하며 편법대응을 막기 위해 사전예고 없이 불시에 평가를 진행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위해서는 평가기관을 병협이 아닌 제3의 독립기구로 지정해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