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병원 수가가 기대보다 턱없이 낮게 결정되자 장례식장을 대폭 축소하거나 폐쇄해야 할 처지에 놓은 병원계의 불만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서울의 A대형병원 관계자는 22일 “우리 병원의 장례식장은 규모가 크긴 하지만 빈소가 모자랄 정도로 풀가동되고 있는데 이를 1/5 수준으로 축소하라고 하면 수입 감소는 제쳐두더라도 무엇보다 유족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를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 유가족들은 가족이 사망하면 병원 장례식장을 이용하는 것으로 장례 문화가 정착되고 있는데 일반주거지역에 설치했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장례식장을 축소하거나 폐쇄하라고 하면 시신을 어디로 옮기란 것이냐”면서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설교통부의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바닥면적 기준 1종 일반 1500㎡ 이하, 2종 및 3종 일반 3000㎡ 이하)에 따라 장례식장을 축소해야할 처지에 놓은 다른 대학병원들도 비상이 걸리긴 마찬가지다.
B대형병원측은 “현재 빈소 가동률이 적정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장례식장을 줄이면 전문장례식장으로 시신을 옮겨야 하는데 이렇게 하는 것은 유가족들에게 더 큰 고통을 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비롯 주거지역에 장례식장이 있긴 하지만 이 때문에 민원이나 항의가 들어온 것은 단 한건도 없다”면서 “유가족의 입장에서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여기에다 상당수 병원들은 의료수익의 적자를 장례식장이나 주차장 수입으로 보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건교부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이 확정되면 경영적 측면에서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건교부는 주거지역에 설립된 병원에는 장례식장을 둘 수 없도록 할 예정이어서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태다.
C병원 관계자는 “솔직히 많은 병원들이 저수가로 인한 경영 압박을 피하기 위해 장례식장을 고급화하고 있는 게 엄연한 사실 아니냐”면서 “내년도 수가가 물가인상분에도 미치지 않는 1.5% 인상으로 결정됐는데 장례식장까지 규제하면 도저히 병원을 유지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중소병원협의회도 21일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정부의 조치는 도산의 길을 걷고 있는 지방 중소병원들을 빨리 문 닫게 하는 결정적인 촉매제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면서 “병원장들은 분연히 일어나 그 어떤 장애도 극복해 나갈 의지를 강력히 천명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