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의료진이 임신 29주 만에 태어나 수술 당시 체중이 1250g에 불과한 미숙아의 심장수술에 성공했다.
통상 체중 1500g 이하는 수술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금까지 국내 학계에 보고된 수술 당시 최저 체중은 1317g이다.
소아흉부외과 김웅한 교수팀(소아청소년과 배은정ㆍ김이경, 마취통증의학과 김종성ㆍ김진태 교수)은 5일 오전 8시부터 7시간의 대수술 끝에 대동맥기형이 동반된 복잡 선천성 심장기형을 앓고 있던 아기(남)의 수술에 성공했다(사진).
수술 후 아기는 체중이 1360g으로 늘었으며, 신생아중환자실 인큐베이터 안에서 지금은 인공호흡기를 떼 내고 자가 호흡을 하는 등 순조롭게 회복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대동맥이 좁아져 아래로 피가 잘 흐르지 못하는 대동맥 축착증, 좌우 심실 사이 벽에 구멍이 뚫린 심실중격결손증, 출생과 더불어 닫혀져야 하는 동맥관이 계속 열려있는 동맥관 개존 등 복잡 선천성 심장기형으로 산전 진단된 아기는 임신 29주 4일 만인 11월 15일 태어났다.
출생 후 심박동이 느려지고 호흡 곤란 증세를 보여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고비를 넘겼으나 대동맥 축착증으로 인한 합병증이 진행돼 11월 18일 수술 치료를 위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아기는 출생 당시 체중이 1280g이었으나 5일만에 1140g으로 오히려 줄었다. 2주 이상 체중이 늘기를 기다린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임신 주기로는 32주로 여전히 미숙아 상태인 지난 5일 수술을 했다.
대동맥기형이 동반된 심장수술의 경우 대동맥 관련 부위 수술 시에는 일시적으로 체온을 18도 이하로 낮춰 혈액순환을 멈춘 상태(완전순환정지)에서 수술하는 게 그동안의 통상적인 수술법.
그러나 이 방법은 완전순환정지 기간 중 뇌에 혈류의 공급이 일시 중단됨에 따른 뇌 손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김웅한 교수는 대동맥궁(상행 대동맥과 하행 대동맥 사이에 있는, 활 모양으로 굽은 부분)에서 시작되는 뇌혈관에 인공심폐기의 관을 연결해 뇌에 국소적으로 피를 공급하면서 수술하는 고난도의 기법으로 수술하는데 성공했다.
김웅한 교수는 “대동맥기형이 동반된 불과 1250g의 미숙아를 뇌 손상 없이 치료할 수 있었던 것은 수술팀 뿐만 아니라 분당서울대병원과 서울대 어린이병원의 신생아중환자실, 소아청소년과의 진단, 마취통증의학과의 수술 중 마취, 인공심폐기팀의 수술 중 심폐기 운용 등 관련 의료진의 우수한 노하우가 뒷받침돼 가능했다”며 동료 의료진에게 공을 돌렸다.
한편, 김웅한 교수는 뇌 손상 가능성이 없는 심장수술 기법을 지난 2000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술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약 1백례 시행했다.
또 이 수술법의 효과와 안전성 등에 대한 연구결과를 저명한 유럽저널(European Journal of Cardio-Thoracic Surgery)에 수차례 게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