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의료법상 ‘의료인은 하나의 의료기관만을 개설할 수 있다’는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져 상당한 파장이 일 전망이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이공현 재판관)는 27일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의료법 제33조 2항 단서조항에 대해 헌법 불일치 결정을 선고했다.
의료법 제33조 2항 단서조항은 ‘의료인은 하나의 의료기관만을 개설할 수 있으며, 의사는 종합병원·병원·요양병원·의원을, 치과의사는 치과병원 또는 치과의원을, 한의사는 한방병원·요양병원·한의원을, 조산사는 조산원만을 개설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위헌 확인 청구인들은 의사면허와 한의사면허를 취득한 복수면허 의료인들이며, ‘동서결합의’나 ‘동서결합의료기관’을 개설할 계획이지만 의료법 제33조 2항으로 인해 금지되자 직업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원재판부는 “면허 전문분야의 성격과 정책적 판단에 따라 면허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나 내용을 정할 수는 있지만 이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입법 형성의 범위 내라고 보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또 전원재판부는 환자가 양방과 한방 의료기관에서 순차적, 교차적으로 의료서비스를 받는 것이 금지되지 않는 현실에서 복수면허 의료인은 양방과 한방 양쪽에 대해 상대적으로 지식이 많거나 능력이 뛰어나고, 행하는 의료행위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방과 한방 의료행위가 중첩될 경우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위험영역을 한정해 규제하면 족한 것이지 진단 등과 같이 위험이 없는 영역까지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전원재판부는 “복수면허 의료인들에게 단수면허 의료인과 같이 하나의 의료기관만을 개설할 수 있다고 한 조항은 ‘다른 것을 같게’ 대우하는 것으로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원재판부는 이 조항이 단수면허 의료인에게도 적용되고, 위헌으로 선언돼 효력을 잃으면 의료인이 직접 의료행위를 수행할 수 있는 장소적 제한마저 풀리게 돼 법적 공백이 발생할 것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전원재판부는 “복수면허 의료인이 각 직업을 모두 수행할 수 있도록 함에 있어 어느 범위에서 어떠한 방식에 의할 것인지는 입법자가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형성해야 할 사항”이라며 이 조항에 대해 2008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계속 적용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현 의료법 체계에서 양방과 한방이 공존하는 영역에 속하는 복수면허 의료인에 대해 각 면허에 따른 의료기관 개설을 불허하는 것은 직업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것을 선언한 최초의 결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