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좀 이상한데."
수도권에서 중소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A원장은 "새해 들어 보름치 진료비 수입을 계산하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올해 수가가 0.9원 인상돼 수입이 조금이나마 늘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마이너스로 나왔기 때문이다.
그는 한참을 고민하다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원인은 바로 신상대가치점수였다.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는 의료양극화와 인력난으로 등골이 휘고 있는 중소병원계에 이번에는 신상대가치점수 폭탄이 터졌다.
31일 중소병원협의회에 따르면 중증도나 낮거나 기본검사 위주의 진료를 행하는 병원들이 의료수가가 인하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올해 수가인상률과 신상대가치점수 개정내용을 적용해 실질 수가를 내본 결과 수가가 마이너스가 나고 있다는 것이다.
A 원장은 "얼마 전 동료 원장으로부터 마이너스가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설마설마 하면서 우리 병원에서 보름치 진료실적을 내보니 정확히 0.45%가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입원진료나 필수검사 같은 항목을 모두 깎아놨다. 이제는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신상대가치점수 개정작업을 하면서 상대가치점수 총점 고정 상태에서 단순 치료는 점수를 낮추고 중증 치료행위에 대해서는 점수를 늘린 때문이다.
A 원장은 "이런 식으로 상대가치점수를 개편하다 보니 대형병원은 수가가 크게 오르고 중소병원은 수가가 깎이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다른 중소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병원에 따라 사정은 약간 다르지만 B병원은 3%의 마이너스가 났고 C병원은 1%가 빠졌다는 식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신상대가치점수가 올해부터 5년에 걸쳐 매년 20%씩 단계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이다.
매년 수가 인상률은 1~2%대에서 맴돌고 있는 상황에서 신상대가치점수 적용률이 높아진다면 마이너스 폭은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중소병원협의회는 즉각 회원들을 상대로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중병협 한 관계자는 "이런 식이라면 병원 운영이 안된다. 경쟁에서 밀려 도태되는 것이 아니라 제도가 바뀌어 망하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며 "조만간 회원병원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벌이고 그 결과를 토대로 신상대가치점수를 재조정하기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