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에서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 목소리가 고조되고, 정부에서도 요양기관 계약제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건강보험 관련 제도가 보험재정 절감에 초점이 맞춰진 현 상황 하에서는 의료기관 통제 강화 목적으로 사용될 것이란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요양기관당연지정제 위헌 소송을 주도했던 관동대 한동관 의무부총장은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건강보험 재정절감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 정부가 그 틀을 벗지 않는 한 요양기관 계약제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의료계의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한 부총장은 “계약자유화가 될지 선택계약이 될지는 두고 봐야할 일이지만 개인적인 생각은 자유계약제로는 가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그럴 경우 계약권을 쥐고 있는 공단이 살생부를 만들어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슈퍼 공단의 탄생 가능성을 우려했다.
즉 허위 부정청구 사례가 적발된 요양기관은 공단의 계약대상에서 제외됨으로써 도태 위기에 내몰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위헌소송을 제기할 당시 부분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상당수의 의사가 요양기관 계약제가 도입되면 공단과 계약을 하겠다는 응답을 했으며, 대부분의 국민들도 비보험진료를 희망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계약을 자유화한다고 하더라도 부정 허위청구가 줄어드는 효과는 있겠지만 현행 사회보험체계 틀 자체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부도 이점에 주목하고 계약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 부총장은 “정부가 계약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이면에는 현행 행위별수가제에 따른 건강보험 비대화를 억제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을 뿐 진료·학문 분야에서 의료계에 자율성을 부여하기 위한 의도는 아니라고 본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한 부총장은 “관건은 선택권을 정부가 갖느냐 의사가 갖느냐는 것이며, 바람직한 것은 영국이나 독일의 경우와 같이 의사가 선택권을 갖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총액계약제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수가인상이 선행되어야 도입이 가능하다"며 "국가가 최소한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지켜주지 않은현 상황에서는 의료계가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첫 단추를 잘못 꿴 사회보험 제도부터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