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과대학 6년을 졸업하고 면허를 획득한 한의사들이 보건소로 몰리고 있다.
심지어 병원에서 인턴 1년, 레지던트 3년의 긴 과정을 통해 전문의과정을 수료한 이들도 혹시나하는 심정으로 보건소 일자리구하기에 뛰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뛰어난 인재들이 한의과대학으로 몰리고 있는 현실과 크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보건소 기간제도 불문
이같은 현상은 최근 진행된 보건소 한의사 채용모집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서울 서초구보건소의 경우 경쟁률 20:1을 기록했으며 경기도 오산시보건소는 13:1의 경쟁률을 보였다.
서초구보건소 관계자는 "요즘 사회적으로 취업이 힘들다보니 그런 것 같다"며 "최근 실시한 채용모집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한의사들이 지원해 한명을 뽑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 보건소의 한의사 채용은 정규직이 아닌 기간제라는 점이다.
기간제로 채용되면 정해진 기간동안 채용이 보장되고 이후에는 재계약이 불투명함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한의사들이 몰리고 있다.
오산시보건소 관계자는 "이번에 채용된 한의사는 24세 여성으로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지원한 것같다"며 "과거에는 연령대가 높은 지원자가 많았던 반면 최근에는 지원 연령도 낮아졌다"고 말했다.
한의원들, 개원시장 위기로 페이닥터 채용안해
이처럼 심각한 한의사들의 구직난은 한의원 개원 과열과 불안한 개원 시장에 따른 것이다.
이제 막 자격증을 취득한 한의사들은 개원시장이 어렵다는 선배들의 조언으로 개원은 엄두도 못내고 있는 상황.
그나마 한방병원이나 한의원에 페이닥터로 채용될까 싶어서 기웃거려보지만 의료기관들은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채용을 꺼리고 있다.
공보의협의회 한의과 김영수 회장은 "보건소 채용은 페이가 낮고 채용도 불안정함에도 불구하고 주5일제 근무, 개원시장보다 위험하지 않다는 점에서 많은 한의사들이 지원하고 있다"며 "한의원들의 개원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같은 현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