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협회와 의학계가 학술 기부금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정기탁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정착 이 업무를 맡고 있는 대한의학회(회장 김건상)는 불투명한 회무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제약협회 김정수 회장과 대한의학회 김건상 회장, 한국의학원 유승흠 이사장은 지난달 26일 ‘의학 학술활동 지원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식’을 갖고 지정기탁제도를 활성화하기로 합의했다.
제약사들이 학회를 지원할 때 대한의학회나 한국의학원을 경유하도록 해 기부금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지정기탁제 정착의 첫 번째 시험대는 학회 춘계학술대회. 4, 5월 춘계학회를 앞두고 제약사들은 지정기탁제를 얼마나 활용하고 있을까.
그러나 대한의학회 관계자는 19일 메디칼타임즈와의 전화통화에서 “지정기탁 내용을 모른다”며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
또 이 관계자는 “과거에도 기정기탁 방식으로 기부금을 낸 제약사가 있었다"면서 "MOU 체결 이후 지정기탁 현황은 파악하지 않았다”며 정보 공개에 난색을 드러냈다.
심지어 이 관계자는 "지정기탁 업무는 의학학술지원재단에서 하고 있다"면서 "그쪽으로 알아보라"고 발을 뺐다.
의학학술지원재단은 의학회 김건상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의학회가 지정기탁제도를 포함한 관련 업무를 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의학회 김건상 이사장은 MOU 체결 당시 “이제는 투명성 제고를 위해 학회들이 마인드를 바꿔야 할 때”라면서 “과거 택시를 무작정 잡았다면 이제는 줄을 서서 잡아야 하는 시대”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보다 의학회 직원부터 투명성 교육시켜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학술지원비의 투명한 기부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앞장서야 할 의학회가 불투명하고,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지정기탁제도가 정착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