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의약품 처방조제 지원시스템(DUR)이 예정대로 내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의협과 정부간 오랜 실랑이 끝에, 일단 DUR 시스템의 설치에는 양측 모두 합의한 상황. 그러나 그 의미에 대해서는 양측의 셈법이 엇갈리고 있어,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의협은 시스템은 설치하되 사용치 않는 것으로 명세서 반송조치는 피하면서 DUR을 무력화시킨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내달 1일 제도시행의 발판이 마련된 만큼 그 취지를 살려 제대로 운영되도록 관리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의협 "DUR 시스템 탑재하되, 사용은 마라"
의협은 지난 28일 오후 10시 긴급상임이사회를 열어 의약품 처방조제지원시스템 저지를 위해 내렸던 서면청구 전환 지침을 일단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DUR 시스템은 탑재하되, 사용하지는 말라'는 내용으로 지침의 내용을 변경한 것.
이는 인증받지 않은, 다시말해 DUR 시스템을 탑재하지 않은 SW를 사용할 경우 진료비 청구명세서가 반송되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의협 주수호 회장은 "서면청구 전환시 회원들이 지게 될 부담이 너무 커 실질적으로 따라올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라면서 "DUR시스템은 탑재하되 사용은 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DUR시스템을 저지하는 수단으로 삼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명세서 반송은 유보…사전점검 기능은 유효
그러나 정부측 입장에서도 시스템 탑재 자체로 금기약을 사전에 점검한다는 제도의 취지를 살리게 된 셈이어서, 손해볼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31일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의료기관에서 금기약을 사전점검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제도의 취지는 달성되었다고 본다"면서 "실시간 통보와는 별개로 사전점검의 기능은 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약사가 처방·조제단계에서 의약품의 안전성 정보를 점검하도록 하는 제도의 취지는 변함이 없다는 것. 금기약 사전점검 기능은 유효하게 작용된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시스템을 탑재할 경우 인증받은 SW를 통해 청구가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명세서 반송은 일단 없다"면서 "무인증 SW를 이용할 경우에 한해 4월 1일 진료분부터 명세서 반송조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협 "실시간 통보 불가" vs 심평원 "미이행 기관 사후관리 강화"
아울러 금기약 처방조제 내역에 대한 실시간 통보에 대해서도 양측의 해법이 엇갈리고 있다.
일단 의협에서는 시스템은 탑재하되 사용치 않는 것으로 시스템을 무력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금기약에 처방내역에 대한 실시간 통보는 시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
그러나 심평원에서는 실시간 통보를 강제할 수는 없지만,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불이행 기관들에 대해서는 사후관리를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의료기관들이 시스템을 사용하는지 여부를 그때그때 확인해 나갈 예정"이라면서 "정당한 사유없이 금기약을 사용한 경우, 향후 명세서와 처방내역 등을 점검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후관리를 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