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병원장 박건춘) 암센터가 국내 암치료 역사상 획기적 변화라고 할 수 있는 ‘통합진료’를 전면 확대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서울아산병원은 진료수입이 크게 줄어드는데도 불구하고 통합진료 뿐만 아니라 기준병상을 5인실로 개선하고, 중환자실을 크게 늘리는 등 세계 최고 의료기관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13일 “내년 5월경 병원 서관에 암센터가 리모델링을 거쳐 새로 개원하면 모든 암환자들을 통합진료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 암센터(소장 이규형)은 지난 2006년 6월 ‘암환자 통합진료’ 시범사업에 들어갔다.
암센터내 통합진료팀은 △위암팀 △대장암팀 △폐암팀 △식도암팀 △비뇨기암팀 △부인암팀 등이었다.
통합진료란 대장암을 예로 들면 환자 1명과 대장항문외과, 소화기내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통합진료실에 마주 앉아 최상의 치료방법을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여러 진료과 전문의들이 환자의 상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후 표준 수술을 할지, 비침습 수술을 할지, 수술 전 방사선 치료나 항암 치료를 할지 등을 공동으로 정하는 방식이다.
대개 대장암환자들은 대장항문외과, 소화기내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등을 여러 날에 걸쳐 전전해야 하고, 치료방침도 특정 진료과 전문의가 단독으로 결정하는 게 대부분이다.
반면 통합진료는 여러 과 전문의들이 수술을 할지, 항암치료를 할지 등을 결정하기 때문에 환자들은 최선의 치료를 보장받게 되고, 치료성적의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다 환자들은 여러 날을 내원해 이과 저과를 옮겨 다닐 필요도 없다.
서울아산병원 암센터는 대장암팀 외에 다른 통합진료팀도 각기 다른 진료과 전문의들이 4~5명씩 한팀을 이뤄 진료를 하고 있다.
그러나 병원 입장에서는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예를 들어 전문의 4명이 한 진료실에도 동시진료를 할 경우 현 요양급여기준상 진찰료를 모두 인정받지 못한다. 더구나 4명이 진료하면 소위 ‘3분진료’ 자체가 불가능해 많은 환자를 볼 수도 없다.
특히 통합진료는 의사들이 모든 기득권을 포기해야 가능한 것이어서 우리나라 현실에서 보면 ‘꿈의 진료시스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아산병원 암센터는 의료진의 자발적인 통합진료를 장려하고 있으며, 그 결과 통합진료팀이 크게 늘고 있다.
암센터 내 통합진료팀은 시범사업 초기 모두 1팀에서 시작했지만 현재 대장암팀이 4팀, 폐암팀이 2팀, 비뇨기암팀이 2팀, 식도암팀이 2팀으로 각각 늘어났다.
통합진료의 장점이 확인되면서 의료진들 스스로 팀을 구성해 공동진료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유방암팀, 위장관기질종양팀(GIST)이 통합진료에 가세했다.
수가가 그리 높지 않고, 통합진료가 진료수입 감소를 전제로 하는 상황에서 서울아산병원이 통합진료라는 새로운 정책을 정착시킨 이유는 간단하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13일 “진료수입을 놓고 보면 통합진료가 비생산적일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환자들이 최선의 치료를 받고, 궁극적으로는 암 치료성적을 높이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암센터를 세계 최고로 육성하겠다는 야심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미국의 유수 암센터 중에도 통합진료를 하는 곳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서울아산병원은 병상당 연간 1억원의 적자가 발생한다는 중환자실도 현재 170개에서 203개로 크게 늘릴 계획이다.
또한 내년 서관 리모델링 후 기준병상인 6인실을 5인실로 전면 개조해 입원환자들의 진료환경을 크게 향상시키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서관 병상은 현재 985개에서 772개로 크게 줄어 진료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서울아산병원이 아산사회복지재단 정주영 설립자의 ‘우리 사회의 가장 불우한 이웃을 돕는다’는 설립 이념을 넘어 세계 최고 의료기관을 정조준하고 있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