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위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인 희귀난치성질환자와 2종 수급자인 만성질환자와 18세 미만 아동이 건강보험 가입자 전환이 건강보험 재정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1종 의료급여환자 2만2000명이 건강보험으로 넘어오면서 올해 당기 균형이 예상됐던 건강보험 재정은 1433억원의 당기 적자가 날 것으로 관측됐다.
여기에다 내년에 2종인 만성질환자와 18세미만 아동 21만9000명이 건강보험 체계 안에 편입되면 6700억원의 순부담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 이영찬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관은 22일 새 정부의 건강보험 및 약가정책 방향을 설명한 자리에서 "차상위계층 의료지원체계 변경은 금년 재정적자의 주원인이며, 내년에도 상당한 재정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에 1조 이상으로 적자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현행 건강보험제도 안에서는 이들 차상위계층의 의료이용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의료급여와 같은 수준의 본인부담률이 적용되는데다 연간급여일수 제한, 사례관리 등 의료급여 개선대책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의료이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합리적 의료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통제기전이 마땅치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는 금액이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해 수천억원의 재정을 떠안아야 하다 보니 건강보험 인상은 물론 재정지출 통제 강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영찬 본부장은 "막대한 재정소요에 맞춰 보험료를 급격히 인상할 경우 가입자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며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등 재정지출을 최대한 억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차상위 의료지원체계 변경은 의료계에도 큰 여파를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최병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건강보험팀장은 "건강보험료를 인상하는 것도 어느 정도인 만큼 의료이용과 공급을 통제하는 쪽에 더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며 "결국 정부가 어느 쪽을 선택하든 의료기관의 수익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박사는 "차상위계층은 어디에서든 보호해야 할 대상인 만큼 이번 기회에 건보와 의료급여비, 의료비지원사업 등의 관계를 재정립해 국가가 세금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상을 정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와 예산당국은 지난해 차상위계층 의료지원체계 변경을 두고 줄다리기를 별였으나 결국 복지부가 밀려 덤터기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