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이명박 정부에 대해 "의료 민영화를 무리하게 추진하다가는 정권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유 전 장관은 22일 오전 신율 명지대 교수가 진행하는 'CBS 사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출연해 의료보험 민영화에 대해 반대 의견을 피력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유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가 민영의료보험을 밀어붙이겠느냐는 질문에 "대선기간에 의사협회에서 보낸 정책질의서가 있고 답변한 내용 중에 의료보험 민영화를 시사하는 듯한 답변이 있다"면서 "정부 입장은 아직 하겠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지나치게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건 의료업계에 로비나 청원의 결과일 텐데, 내가 장관 재식시에도 일부 경제부처에서 국민의 진료정보를 민간보험회사에 주자고 집요하게 요구해왔다. 그런 점에서 보면 민영의료보험 쪽으로 국가보험 제도를 무너뜨려가려는 이익집단의 존재를 느낄 수 있고, 그 이익집단이 국가기구를 움직이기 위해 활발하게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며 음모론을 폈다.
그는 또 "자신이 장관 시절에 업계의 계속된 요구에 의해 의료보험 민영화 문제를 검토했으나 검토결과 부작용이 너무 크고 국민이 얻을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그래서 여러 가지 검토해 본 결과 국가보험을 보완하는 쪽으로 민영의료보험을 발전시키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의료보험 민영화와 당연지정제와 한미 FTA는 관계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관계 없다. 미국 쪽에서 당연지정제를 요구한적도 없다"고 답변했다.
미국 의료기관이 우리나라에 병원을 세우면 당연지정제가 완화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건 FTA 협상 과정에서도 나오지 않은 얘기다. 미국인이 굳이 병원을 한다 하더라도 한국 의료제도 속에서 건보공단과 국민건강심사평가원의 관리 아래서 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그렇다면 외국 의료기관이 굳이 우리나라에 병원을 세울 수 없는거냐고 묻자 "그렇다. 우리가 시장조사를 해봤는데 그동안 기부 많이 받아서 병원 자본에 대한 소유권 관계를 확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비영리법인의 영리법인 전환은 거의 불가능하고, 신규로 영리법인을 만들수 있는데도 거의 없기 때문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연지정제를 함부로 건드리면 국민건강보험제도가 다 무너지게 되어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의료서비스 시장의 특수성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런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가 대구지역에 국제첨단의료단지를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말은 그렇게 하고 있는데 실현성이 없다"고 말하고 "현재 제주 특별자치도와 송도 경제자유구역에 현지법인 형태나 직접투자 형태로 외국병원을 열 수 있도록 해놨다. 왜냐면 건강보험 범위를 벗어난 상태에서는 수익을 맞출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그쪽에서 건강보험 환자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그 길만 열어놨을 뿐이지 송도나 제주의 정황으로 볼 때 건보수가를 벗어나서 비싸게 받는 병원이 들어와서는 생존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영화 '식코'를 본 소감에 대해서는 "병원이 아무리 많고 좋은 약이 있어도 그것이 건강을 보장해주진 못한다. 건강보험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국가가 국민 개개인이 자기 건강을 잘 지킬 수 있도록 돕는 데 우선 주안점을 두고, 그래도 문제가 발생하는 쪽은 사회보험에 의해 대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걸 잘 보여주고 있다"고 촌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