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노인요양시설은 전담의사나 촉탁의사를 두지 않더라도 의료기관과 협약을 맺어 입소노인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노인요양시설들이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은 촉탁의 대신 협약의료기관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정부가 사실상 촉탁의제도를 폐지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1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양로시설과 노인요양시설은 전담의사 또는 촉탁의사를 두거나 의료기관과 협약을 체결해 의료연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현행법상 노인의료복지시설은 전담의사가 없을 경우 촉탁의사를 의무적으로 둬야 하며, 촉탁의는 매주 2회 이상 시설을 방문해 입소자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상태가 악화된 입소자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반면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 노인복지시설은 굳이 촉탁의를 두지 않더라도 의료기관과 자율적인 협약을 맺어 입소노인들의 건강을 관리하면 된다.
현재 노인복지시설들은 촉탁의에게 월 190만원 가량을 보수로 지급하고 있지만 형식적으로 운영되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복지시설이 촉탁의마저 두지 않아도 되면 의료사각지대로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모요양병원 원장은 “노인복지시설에 촉탁의와 협약의료기관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누가 돈이 들어가는 촉탁의를 선호하겠느냐”면서 “정부가 입소노인들의 건강권 측면에서 접근하지 않고 요양시설의 편만 들어주려는 것”이라고 질책했다.
지난 4월 21일 메디칼타임즈가 복지부의 노인복지시설 촉탁의제도 폐기 움직임을 보도한 직후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의협은 "촉탁의제도를 폐지하고 협약의료기관제도를 도입할 경우 간호사의 판단에 따라 시설입소자 중 응급환자에 대한 관리만 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 시설내 입소자에 대한 적절한 건강관리가 방치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그러자 복지부 고위관계자는 지난달 25일 노인병원협의회 박인수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촉탁의 제도는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면서 “논란이 된 것은 부하 직원의 말실수 때문이었다”고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이번 입법예고안은 촉탁의제도를 유지하긴 했지만 내용상 폐지한 것과 다름 없어 의료계의 반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요양시설은 촉탁의를 두거나 협약의료기관제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지만 서로 보완적 기능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 외국도 이런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