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개심술이나 골수채취를 하지 않고, 약물을 이용해 골수로부터 말초혈액으로 줄기세포를 불러내온 후, 말초혈액에서 채집한 줄기세포로 괴사한 심장근육을 되살리는 신 개념 줄기세포 치료법이 효과를 거둠에 따라, 회복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심근경색증 환자의 치료에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울대병원 심혈관센터 김효수[사진], 이명묵 교수팀은 지난해 2월부터, 기존 치료법으로는 심근의 재생을 기대할 수 없는 중증 심근경색증 환자 26명에게 'G-CSF'라는 약물을 피하 주사한 후, 말초혈액에서 줄기세포가 많이 포함된 50mL 정도의 혈액을 채집하고 , 관동맥 성형술로 막힌 관동맥을 개통한 후, 심근경색 부위의 관동맥 안으로 채집한 다량의 줄기세포를 직접 투여했다.
시술 후 대상환자 26명 대부분에서 상태가 호전되는 것을 관찰했으며, 이중 7명은 6개월이 경과되어 심혈관조영술 등의 검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7명 모두 심장수축 기능이 대폭 향상되었으며, 괴사된 심근부위에 혈관이 재생되어 심근내 미세혈류가 정상 수준으로 개선됐다. 이러한 심기능의 향상으로 운동기능은 조깅이나 빠른 수영이 가능할 정도 이상으로 향상되었다.
김효수 교수팀이 성과를 거둔 非수술적 줄기세포 이식법의 장점은, 기존의 구미와 국내 일부기관에서 시도하는 수술적 줄기세포 이식법의 단점인 가슴을 절개하는 수술이나 골수채취로 인한 불편과 위험을 극복하여, 획기적으로 효과있고 안전하며 간편하다는 것.
재생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심장근육을 재생할 수 있는 대안으로 4-5년전부터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줄기세포란 주로 골수에 존재하며 신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로 분화 재생이 가능한 세포를 말하는데, 모든 사람의 몸안에 이 세포가 잠재되어 있음이 최근 연구 결과 알려지게 되었다.
따라서 줄기세포를 이용한 심장근육 재생 연구는 심장병을 치료하는 전세계 모든 의사와 연구자들 사이에 주요 관심사가 되어 왔으며, 미국과 유럽에서도 막 시험적인 치료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임을 감안하면 서울대병원 심혈관센터의 수준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앞선 것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김효수 교수팀이 이번 연구에 이용한 G-CSF(grnulocytes-colony stimulating factor)는, 사람의 생체 내에 존재하는 사이토카인(cytokine, 면역세포에서 분비하는 물질)으로, 항암제 치료를 받는 환자의 백혈구 감소증 예방, 말초 조혈모세포 이식 등에 사용되고 있는 약제이다.
현재 국내제약회사에서도 이 약제를 대량생산해 시판하고 있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주)동아제약에서 생산한 G-CSF를 사용했다. 지난 2001년 동물 실험에서, G-CSF 투여로 심근 경색증에 의한 심부전에빠진 심장의 기능을 호전시켰다는 결과가 보고된 후, 심근 경색증으로 인한 심부전의 치료에는 2003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김효수 교수팀은 이 약물을 이용해 채집한 줄기세포를 관동맥에 집접 투여함으로써 심근괴사 부위에 정확히 일치하게 줄기세포를 투여할 수 있었다. 세포를 직접 심근에 주입하는 방법에 비해 연구팀이 채용한 관동맥 주입법은, 부정맥, 출혈, 심장천공 등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김효수 교수는 “이 치료법은 이미 부작용과 효능에 대한 검증이 완료된 약물을 심근 경색증 환자에게 투여하기 때문에 안전하면서도 불편없이, 효과적으로 줄기세포를 이식할 수 있는 방법” 이라며 “불치의 병으로 남아있던 심근경색증으로 인해 괴사한 심장근육을 재생시킬 수 있는 희망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줄기세포 이식치료 결과는 지난해 9월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경도관 심혈관 치료학회’ 학술대회에서도 발표됐으며, 올해 3월 미국에서 개최되는 미국심장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