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를 병원에 입원시켜 놓고 방치한 가족들이, 병원의 법적 대응에 놀라 환자를 데리고 가는 해프닝이 뒤늦게 알려졌다.
3일 S병원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70대 한모씨는 폐 질환 등으로 응급실을 경유해 중환자실로 입원했다.
긴급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병원측은 네 자녀의 수술동의를 받으려 했지만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4째딸을 제외하고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결국 병원은 환자가 사망할 수 있다며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딸을 설득해 2차례의 수술을 시행했다.
그러나 수술 후에도 다른 가족들은 여전히 환자를 외면했다. 병원은 다른 자녀들에게 환자의 간병을 요구했으나, 이들은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 병원에서 알아서 하라'는 답변을 줄 뿐 묵묵 부답이었다.
오히려 유일한 보호자인 딸은 병원 생활로 상황이 악화돼 난동을 부리는 등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결국 병원은 자녀들이 최소한의 부양의무마저 포기해 환자의 생명유지에 어려움이 있다며 '존속 유기죄'로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병원 관계자는 "수차례 전화와 서면을 통해 보호자에게 사정을 설명했으나 보호자들은 환자가 언제 사망해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이도록 방치하고 있었다"면서 "결국 이들이 환자를 병원에 버린 것으로 판단 존속유기죄로 고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고발장을 접수하자 이 사건은 간단하게 해결됐다. 자녀들이 병원의 고발 조치에 놀라 환자를 다시 데리고 간 것. 애초에 이들이 환자를 방치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증거이기도 하다.
한 법률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들어 보호자들이 환자를 병원에 방치한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고령화에 따라 이런 사례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병원들이 적극 대처에 나서지 않으면 곤란에 빠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