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 성인병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심리적 악영향을 끼쳐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지만 적당한 비만은 오히려 정신건강에 좋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조정진 교수팀이 전국 329개 회사의 20~60세 직장인 8121명(남 5231명, 여 289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신체측정 결과로 비만과 우울증과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비만(BMI 25 이상) 여성은 정상체중군과 비교할 때 우울증 위험이 0.7배 줄어들고, 경도비만 전단계인 표준 및 과체중군(BMI 18.5~24.9)에서는 체질량지수가 1씩 증가할수록 우울증 위험이 0.93배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남성에서 체질량지수와 체중은 우울증과 관계가 없었다.
반면 남녀 모두 저체중 군(BMI 18.5 미만)에서는 정상체중과 비교해서 우울증 위험이 여자는 1.42배, 남자는1.3배 증가했고, 고도비만군(BMI 30 이상)에서는 여자 1.47배, 남자는 1.79배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비만이 정신건강 상의 문제가 된다는 기존의 연구와는 다른 것이다.
조정진 교수는 “고도비만이 아닌 경우 반드시 비만이 우울증 위험을 높인다고만은 볼 수 없다”며 “한국인은 마른 체형보다 다소 풍만해 보이는 체형의 소유자들이 상대적으로 자신의 체형에 대한 자기 만족도가 높을 수 있고, 성격도 유연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조정진 교수는 “비만도를 체중과 관련된 기계적인 평가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성인병의 유무 등 개인의 전체적인 건강상태를 종합해서 진단해야 하며, 개인의 특성에 맞는 개별화 및 체계화된 비만관리를 해야만 전체적인 질병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5월 14~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16차 유럽비만학회에서 ‘한국의 직장인에서 비만과 우울의 관련성’이란 제목으로 포스터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