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가족부가 최근 내놓은 의료법 개정안과 제주특별자치도의 의료규제 완화 방안이 다시금 의료영리화, 혹은 의료민영화 논란을 촉발시키면서 뜨거운 이슈로 부각하고 있다.
복지부는 "건강보험 민영화에 대해 검토한 바도 없고, 계획도 없다"며 펄쩍 뛰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이 겹쳐지면서 '건강보험 민영화 등 의료영리화에 대한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쪽도 만만치 않다.
복지부가 내놓은 의료법 개정안은 ▲처방전 대리수령 근거 마련 ▲의료기관 명칭 표시 자율화 ▲비급여 진료비용 고지의무 ▲의료기관 종별기준 개선 ▲환자 유인·알선행위 부분적 허용 ▲의료법인간 합병절차 마련 등이 주요 내용이다.
또한 정부는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해 외국인 면허소지자 종사범위 확대, 의약품・의료기기의 수입허가 기준・절차 완화 등 외국영리의료기관에 대한 특혜를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제주도의 TV, 라디오 등 방송매체를 통한 의료광고도 허용키로 했다.
그러자 시민단체들과 네티즌들은 정부의 의료영리화 정책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건강연대는 "이명박 정부는 국민 여론에 밀려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밀실에서 의료영리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제주도 영리병원 허용과 의료법개정안을 통해 전국적 의료영리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제주도에서의 영리병원 허용은 전국 확대를 위한 시발점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제주의대 이상이 교수는 외국인 환자에 대해 환자 유인알선 행위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문제 삼았다. 민영보험회사들이 내국인을 대상으로 민영의료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소위 '미국식 의료제도'로 가는 직전 단계를 여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
그는 "민영보험사에 외국인 환자 유인 알선행위를 허용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내국인에 대해 의료기관과 직접 계약관계를 맺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민영보험회사들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의료보험 상품을 팔고, 국내 의료기관과 각종 서비스에 대해 계약관계를 맺는 방식이 성립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네티즌들은 이명박 정부가 의료영리화 밀실 추진하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쇠고기 부실 협상, 대운화 밀실 추진 등 이명박 정부의 실책이 부각되면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버리지 않고 있다.
그러자 복지부는 이번 의료법 개정안이 의료영리화 논란으로 확산되자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여러 차례 '건강보험 민영화는 없다'고 선언했으나 말발이 먹혀 들어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해명 자료를 내고 “이번 개정안은 해외환자 유치활성화를 위해 건강보험이 당연 적용되는 내국인이 아니라 외국인에 대해서만 유치행위를 허용하는 것이며, 내국민까지 확대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는 “설사 의료법이 개정돼 내국인까지 확대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국민건강보험법에 근거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나 진료수가에는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시민단체 등에 공개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자 시민단체인 건강연대는 "정부가 ‘의료민영화’ 반대 주장에 대해 ‘건강보험 민영화 철회’라고 동문서답함으로써 국민들을 오도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공개토론에 적극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부는 '건강보험 민영화'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의료산업화 정책을 제주도와 국내에 적용하려 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제도만으로더 건강보험 민영화에 대해 버금가는 효과를 낼 수 있는 만큼 일방적인 추진은 안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가 '의료영리화' 논란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의료제도의 개선이나 개편과 관련한 정책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