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암 진료시스템은 환자들의 불신, 고비용, 의료전달체계 부재 등의 문제를 안고 있어 환자 중심의 통합진료와 캐어 프로그램 확충, 진료의 질에 대한 보장성 강화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서울대병원 허대석 암센터 소장은 14일 한국임상암학회 학술대회에서 현 암 진료시스템의 문제를 조목조목 따졌다.
허 소장은 ‘종양전문의 입장에서의 다학제적 암환자 관리 모델’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암 진료는 어떤 병원의 어떤 의사를 찾아 가느냐에 따라 동일 질환이라도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 허 소장은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으면서 세컨드 오피니언을 얻기 위해 다른 병원 의사를 방문하거나, 이 병원 저 병원을 순례하는 보호자, 의사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허 소장은 “정부는 암 진료비에 대한 본인 부담 비율을 10%로 감소시켜 경제적 부담을 줄였다고 하지만 보험급여가 되지 않는 고가 신약, 환자 케어 비용, 정규 의학 이외에서 낭비되는 비용 등으로 인해 여전히 고비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암환자 케어 프로그램이 부재함에 따라 대형병원 환자 집중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진국은 암환자 진료에 1, 2, 3차 의료기관이 역할을 분담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1, 2차 병원의 역할을 찾기 어렵고, 3차 병원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거주지 중심의 암환자 케어가 이뤄지지 않아 3차 병원에 환자들이 집중되면서 ‘3시간 대기, 3분 진료’가 초래되고, 대형병원이 요양시설과 같은 역할을 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잘못된 암진료 시스템은 감기와 같은 경증질환에 보험재정의 70%를 사용하고, 필수의료 외 선택의료까지 공적 보험에서 통제하려는 정부의 발상, 케어에 대한 적당한 비용 보상체계 부재 등에서 비롯된다는 게 허 소장의 설명이다.
허 교수는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있는 반면 과잉진료로 의료자원을 낭비하고 있는 측면도 있는데 이는 주로 비전문가에 의한 항암치료에 기인한다”면서 “암환자 의료비가 임종 전 2~3개월에 집중되는 것에 대해서도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허 교수는 관련 진료과들이 환자 중심의 통합 진료를 하고, 암환자 케어 프로그램을 확충할 것을 제안했다.
허 교수는 “정부는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주로 연구자 주도 임상연구에 주도적인 투자를 하고, 환자들이 어느 의사를 찾더라도 표준화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근거중심의학에 기초한 의료전달체계를 반드시 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