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의료민영화 반대한다."
지난 19일 저녁7시 서울 시청 광장에서는 이같은 구호가 울려퍼졌다. 의료민영화를 좌시할 수 없다며 촛불을 들고 나온 시민들의 함성 때문이다.
광우병쇠고기반대국민대책위원회의 주최, 건강연대 주관으로 열린 이번 촛불집회는 43번째로 광우병 쇠고기 반대에 이어 정부가 적극 추진 중인 의료민영화에 대해 문제제기에 나섰다.
마침 당일 오후에 이명박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특별기자회견을 갖고 민심 달래기에 나섰지만 이날 예정돼 있던 촛불집회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이날 집회에 모인 이들은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꼼수에 불과하다며 신랄한 비판을 퍼부었다.
이날 집회는 약 3000명(경찰추산 800명)이 모여 지난 6.10항쟁 집회에 비해 수는 많이 적었지만 의료민영화 반대를 외치는 이들의 함성은 높았다.
이날 시민자유발언에 나선 치과의사 김의종씨는 "나 또한 의사의 신분이지만 의료민영화가 추진된다면 이는 의료를 돈벌이 수단으로 할 수 있도록 허용해준다는 의미"라며 "이는 결국 전 국민들을 대상으로 사기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씨는 "현재 인천자유경제구역에는 외국 병원들이 들어오면 국내 의료기관 수가의 5배 이상되는 의료비가 발생할 것"이라며 "의료는 환자들이 의료정보를 판별한 능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시장논리로 바라봐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박형근 제주대 교수는 자유발언을 통해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의료민영화를 안하겠다고 말했지만 나는 이를 믿을 수 없다"며 "그 이유는 현재 정부는 의료민영화를 위한 정책을 여전히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현재 정부는 ▲외국인 환자 유인·알선 허용 ▲MSO설립 허용 ▲제주도 전역에 국내 영리병원설립 허용 등을 골자로 하고 있는 의료법개정안 내용을 추진 중이라고 지적하고 이 같은 정책을 모두 폐기한다면 믿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를 재생불량성 빈혈환자라고 소개한 한 시민은 "스프라이셀 약가인하 회의를 실시하는데 정부, 제약회사만 들어가고 정작 소비자인 환자가 약가논의 대상에서 제외돼야하느냐"며 "백혈병환자들은 1년에 5천만원씩하는 고가의 약값을 내다가 살림을 말아먹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번 집회를 참석하기 위해 제주도에서 왔다는 한 제주시민은 제주도는 현재 영리병원 도입을 앞두고 있는 상태로 이를 우려하는 시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제주도 내 의료기관들은 임금이 낮은 동남아시아 의료진을 채용, 수익창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의료민영화를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한편, 이날 시청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8시 40분경 계동에 위치한 보건복지가족부까지 '의료민영화 반대'구호를 외치며 가두행진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