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약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시력을 상실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지도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방법원은 A씨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 최근 이같은 판결을 내렸다.
A씨는 부산의 X내과에서 폐결핵 진단을 받고, 2005년 3월 보건소 의사 B씨로부터 아이나, 리팜핀, 피라진아마이드, 에탐부톨 등 4개 약제가 포함된 결핵약 1개월치를 처방받고, 이후 1개월치를 추가처방 받았다.
A씨는 이 약을 복용하던 중 갑자기 양쪽 다리가 저리고 마비되는 증상이 나타나자 보건소 직원에게 전화해 증세를 호소했다.
의사 B씨는 이를 전해들고 A씨에게 전화를 해 증세를 확인한 후 골격근육계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아이나와 피라진아마이드를 함께 복용하지 말고 한 주 간격으로 두 약의 복용을 차례로 중단하고, 나머지 약만 복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후 B씨는 환자가 결핵약을 처방받기 위해 다시 보건소를 방문해 양쪽 다리 마비가 무릎까지 진행했다는 말을 듣고, 피라진아마이드를 제외했고, 결핵약 보조제인 삐콤씨를 함께 처방했다.
그러나 A씨는 3개월 후 갑자기 눈이 흐려지고, 다리 마비 증세가 심해지자 P병원 신경과를 내원한 결과 에탐부톨이 시력 이상을 초래했다는 설명을 듣고 다시 결핵협회에서 같은 소견을 내리자 에탐부톨 복용을 중단했다.
이 때문에 A씨는 2006년 7월 무렵 양안의 시력이 모두 0.02에 불과했고, 현재 양안 모두 회복불능의 시각장애 상태에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에탐부톨 복용 이후 환자에게 발생한 시력 약화 및 시신경염과 같은 증상은 전형적이고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의료계에 널리 알려져 있고, 이를 무시할만큼 경미하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의료상 주의의무가 존재한다고 봐야한다”고 못 박았다.
또 재판부는 “이러한 설명을 할 때에는 환자가 약 복용을 중단하고 상담을 받도록 구체적으로 이뤄져야지 막연하고 추상적인 설명을 하거나 약품설명서에 일반적인 주의사항이 기재돼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필요한 설명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보건소 의료진들이 이런 지도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며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다만 재판부는 원고가 시력이상 증세를 느낀 후 즉시 의료진에게 알려 적절한 지시를 받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의료진의 배상책임 범위를 40%로 제한,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