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허대석(내과) 교수가 경제성 평가로 대변되는 현 보건의료분야 의사결정 체계에 대해 쓴소리를 남겼다.
허 교수는 2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주최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서 "행정적인 측면에서의 보건의료 의사결정과, 실제 임상에서의 그 가치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허 교수는 먼저 우리나라 암환자들이 임종전 1년간 상당한 규모의 의료비용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면서 "이를 단순히 비용의 낭비로 치부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이 실제 진료현장에서 보자면 경제성만으로는 재단하기 어려운 사회적 가치가 있다"면서 "같은 맥락에서 진료현장의 지표는 단순히 급여기준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가피 임의비급여'…리스크 공유 등 대안 마련해야
허대석 교수는 이어 이른바 '불가피 비급여' 부분에 대해서도 발상이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한 사회적 가치와 국민들의 사용권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
해당 의약품, 치료법에 대한 근거가 급여판정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충분치는 않지만 실제 임상을 통해 어느정도 치료효과가 높은 것으로 인정받은 부분들에 대해서는 사용의 길을 터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허 교수는 영국 NICE의 최근 결정례를 예로 들면서, 사회적으로 리스크를 공유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허 교수에 따르면 NICE는 최근 급여판정을 받지 못한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에 대해 일단 인정범위를 넓히면서, 환자의 반응이 있을 경우 사용료를 보험이 부담토록 하고, 반대로 반응이 없다면 그 앞의 비용까지 제약사가 부담하는 방법을 도입했다.
급여판정을 위한 충분한 근거가 축적되지는 않았지만 국민의 욕구를 반영해 일단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책임을 보험과 제약사가 나누어 부담토록 한 것이다.
허 교수는 "나쁜 임의비급여도 물론 있겠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기준의 문제로 어쩔 수 없이 (급여판정을 받지 못한) 치료제를 쓰는 경우가 있다"면서 "리스크 공유 등을 통해 일정한 시간을 배려, 임상적 가치가 축적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보건의료분야 의사결정, 전문가 능동적 참여 필요"
마지막으로 허대석 교수는 보건의료분야 의사결정과정에 전문가들의 능동적 참여를 당부했다.
허 교수는 "의료제도에는 국제적 표준이 없다"면서 "결국 보건의료분야 의사결정에는 그 사회의 사회적· 문화적 요인이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혼란한 정보 가운데서 꼭 필요한 정보를 선택해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전문가들의 역할"이라면서 "임상의학적 관점에서 전문가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올바른 의사결정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