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정위 수사발표로 의료계와 제약사간 불법적 거래관행이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의료계와 제약계 모두 자정을 결의하고 실천방안에 대한 행보를 가속하고 있으나 현실에서 보여지는 성과는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의사의 처방여부에 따라 판도가 바뀌는 의약품 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불리는 거래관행의 문제점과 해결책은 무엇인가. 투명하게 다가가기 위한 제약사의 노력과 의료계 및 정부의 고충을 통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자 한다. -편집자 주-
-------------순서------------- ⓛ제약 PM 24시간도 부족하다.
②매도된 의사-업체 할 말 있다.
③리베이트 양성화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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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의 일상을 취재하신다구요. 의사들은 영업사원들만 알지 우리들의 모습은 잘 모를걸요.”
다국적제약사 MSD에서 자궁경부암백신 ‘가다실’을 담당하는 김지윤 PM은 메디칼타임즈와의 동행취재에서 의사들이 생각하는 PM의 현실이 다룰 수 있다며 웃음어린 표정으로 기자를 맞이했다.
현장을 뛰는 수 백 명의 영업사원(MR)을 관리하는 'PM'(Product Manager)의 일과는 어떨까.
입사 5년차인 김지윤 PM의 하루는 오전 9시 출근해 이메일과 전화메시지, 미팅 일정 등 스케줄 점검으로 시작된다.
김 PM은 “출근해 제일 먼저 체크해야 할 일은 이메일로 확인해야 할 메일이 100통이 넘죠. 게다가 지방영업소와 고객(‘의사’를 의미)들이 보내온 전화메시지를 확인하고 오늘 회의와 행사 체크까지 아무튼 아침부터 정신없죠”라며 바쁜 하루의 일상을 소개했다.
그가 책임지는 ‘가다실’은 지난해 첫 출시된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9~26세로 접종 허가를 받아 병원과 개원가 거의 모든 진료과를 고객층에 두고 있다.
김 PM은 “가다실은 기존 파이프라인을 지닌 의약품과 달라 새로운 트랙을 개척한다고 볼 수 있죠, 그래서 보람과 두려움이 교차하죠”라며 “무엇보다 고객의 입장을 경청하고 마케팅에 반영하는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곧바로 마케팅 미팅을 위해 자리를 옮겼다.
"워킹런치·전화회의, 숨가쁜 일상의 연속“
제약사의 회의는 PM이 주도하는 미팅부터 학술부와 마케팅부, 개발팀, 홍보팀 등 모든 간부진이 참여하는 전체 미팅까지 크고 작은 회의의 연속이다.
이 자리에서는 영업직에서 올라온 보고와 실적 그리고 회사 차원의 마케팅 및 영업 전략 등 매출상승을 위한 치밀한 작전이 논의된다.
그는 “미국 본사 차원에서 제공된 새로운 임상적 결과를 어떻게 마케팅과 접목할지와 학술대회와 소모임 등 월별 날짜별 진행되는 행사를 어떤 이벤트로 홍보할지를 고민하는 자리죠”라고 말하고 “모든 업체들의 공통점으로 영업직들이 전날 의사를 만나면서 얻은 제품에 대한 요구사항과 보완점 등도 주요 안건”이라며 숨 가쁘게 돌아가는 업체의 생리를 시사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김 PM은 “외부로 나서 고객들과 함께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회의로 인해 도시락과 샌드위치로 대신해요, 워킹런치인 셈이죠”라고 예정된 미팅으로 함께 식사를 못함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워킹런치를 마치고 자리에 앉자마자 그의 전화벨이 계속해서 울렸다. 지방 영업소에서 ‘가다실’에 대한 문의 내용이었다.
그는 “영업에 뛰고 있는 100여명의 직원들이 고객들의 물음에 100% 다 대답하긴 사실상 힘들죠, 전문성을 지닌 의사들과 학술적 대화를 한다는게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면서 “제가 답할 수 있는 부분은 알려주고 모르는 사항은 학술부 등을 통해 자문을 구한 뒤 답해주죠”라며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PM의 숨가쁜 일상을 반영했다.
김 PM은 이어 “오늘은 취재를 온다고 해서 고객과의 만남은 미뤘어요. 사실 고객들도 업체에서 기자를 대동해 간다고 하면 부담스러워 하실 것 같아서요”라며 “얼마전까지 춘계학술대회로 지방출장이 많아지면서 정말 정신이 없었어요, 가다실을 알리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죠”라고 말해 다양한 진료과를 공략해야 하는 힘겨운 현실을 내비쳤다.
화상 시스템까지 갖춘 MSD는 본사와 아·태본부인 싱가포르 화상회의, 전화회의 등 영어로 진행되는 회의를 시행하고 있다.
지속된 회의를 마치고 한숨을 돌린 김지윤 PM은 “아태지역의 행사와 각국의 제도와 제품변화를 매달 회상 및 전화회의를 통해 의견을 교환하죠”라고 전하고 “1년에 3~4번 해외학회에도 참석해 제품 질환군의 최신지견을 습득하고 교수들의 조언을 마케팅 극대화에 접목하죠”라며 장기전으로 진행되는 홍보 전략의 노하우를 귀띔했다.
"병원이든 개원가든 키닥터 찾아 어디든 간다“
PM의 일과는 회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교수, 봉직의, 개원의 등 키닥터와의 저녁식사도 일주일에 2~3번 잡혀있다.
김 PM은 “야근하지 않으면 도움을 준 고객들과 식사를 나누는 일정이 잡혀있죠”라고 말한 뒤 “키 닥터라고 서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방대 교수들과 개원의 등 제품에 영향력을 미치는 모든 고객들을 어디든지 찾아가죠”라고 언급했다.
그는 “국내사든 외자사든 모든 PM의 화두는 ‘고객’일 것입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전략을 어떻게 세우고 매출과 접목시키는냐가 핵심”이라면서 “지금까지 외자사가 회의에 파묻혀 살았다면 앞으로는 영업직과 동일하게 발로 뛰는 진료현장으로 다가갈 것”이라며 의사에게 다가가는 업체들의 변화를 예고했다.
김지윤 PM은 “가다실이 다양한 진료과를 대상으로 한 만큼 고객들의 요구도 다양해 통일된 전략을 구사하기 어렵다"며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아무리 제품의 특성을 공부하고 외운다고 해도 고객의 식견을 따라가기 힘들다는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외자사 직원들도 조직생활에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제약회사라서 그런지 ‘제약’이 의외로 많아요. 잦은 출장으로 주말에 쉬는 경우가 반도 안돼죠”라고 전제하고 “영업사원에게도 동기부여와 교육을 통해 제품을 당당하게 홍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도 PM의 공통된 숙제”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끝으로 김지윤 PM은 “과거처럼 고객들과 술 마시고 밤새는 접대문화는 없어진지 오래죠, 국내사들도 예전 같지 않다고 하던데요”라며 “하루가 너무 빠르네요. 치열한 삶을 사는 모든 영업직과 PM들이 웃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해야죠”라고 제약 직원들의 파이팅을 기원했다.
끊임없이 울리는 전화벨로 매번 인터뷰가 중단되는 사태(?)에 양해를 구하며 바삐 움직이는 PM의 모습에는 오늘도 진료실 밖에서 의사와의 만남을 초조히 기다리는 영업직과 동일한 팽팽한 긴장감이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