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 첫날인 1일 보건복지가족부가 요양시설 입소자들에게 잔인한 선물을 전달했다. 요양시설 입소 노인에 대한 의료혜택을 대폭 축소한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을 개정 공포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가족부는 1일자로 노인요양시설에 입소한 노인들에게 진찰, 처방, 응급의료 대책 등을 강화하기 위해 협약의료기관제도를 도입,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가족부는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을 개정 공포했다.
협약의료기관제도는 노인요양시설과 의료기관이 협약을 맺어 의사가 요양시설 입소노인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도록 하는 제도다.
또한 협약의료기관의 의사는 입소자별 진료기록부를 정확히 기록해 보관해야 하며, 노인요양시설의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는 입소자별 의식상태, 호흡양상, 일상생활 수행능력 등 건강수준을 평가하고 기록해 협약의료기관 의사가 참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협약의료기관제도가 시행되면 입소노인들의 건강상태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건강권을 증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병원계는 협약의료기관제도가 오히려 노인들을 의료사각지대로 내몰 것이라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노인복지법 개정 이전 노인요양시설 등은 상근의사를 배치하거나 촉탁의와 계약을 맺어 주2회 이상 방문진료를 하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노인복지법이 개정되면서 노인요양시설 등은 굳이 촉탁의를 두지 않더라도 의료기관과 협약을 맺어 입소노인들을 진료하면 된다.
문제는 촉탁의의 경우 ‘주 2회 이상’ 방문진료를 해야 하지만 협약의료기관 의사는 ‘2주에 1회 이상’만 하면 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요양시설이 촉탁의를 두면 입소노인들은 한 달에 8회 이상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지만 협약의료기관으로 전환하면 기껏 2회 밖에 볼 수 없게 돼 의료서비스를 받을 기회가 1/4로 줄어들게 된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가족부는 이해할 수 없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요양보험운영과 관계자는 “촉탁의는 형식적으로 운영돼 왔지만 협약의료기관 의사는 입소자별로 건강상태를 체크하도록 해 의료혜택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보건복지가족부는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당시 협약의료기관 역시 주 2회 이상 노인요양시설을 방문하도록 하겠다고 천명했지만 2주에 1회로 완화시켰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가족부는 “제도를 마련하다보면 변경될 수도 있지 않느냐”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특히 정부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가를 설계할 때 월 190여만원을 촉탁의 진료비를 반영해 놓았다. 노인요양시설 입소노인이라면 별도 비용을 내지 않더라도 당연히 받아야 할 서비스란 뜻이다.
따라서 노인요양시설이 촉탁의를 두지 않으면 고스란히 병원 수입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협약의료기관 의사의 왕진료는 아직 신설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과연 의료기관들이 노인요양시설과 협약을 맺으려할 지도 의문이다.
보건복지가족부 요양보험제도과 관계자는 “아직 협약의료기관 의사가 노양시설에서 진료를 할 때 어떻게 보상할지는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설사 협약의료기관 의사에 대한 왕진료가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요양시설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1/4로 줄어든다는 점에서 굳이 촉탁의 계약을 맺을 이유가 없게 된다.
이에 대해 대한노인병원협회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요양시설은 상근 의사가 없어 요양 1~2등급 노인들이 의료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인데 이런 식으로 협약의료기관제도를 도입하면 입소노인들은 최소한의 건강권조차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