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의사가 다른 의사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해 경영한 것은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대법원은 최근 타인의 명의를 빌려 병원 두곳을 운영하다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 박 모씨에 대해 "단순한 병원 경영은 중복 개설 금지의 취지와는 무관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의 판결문에서 “의료기관의 수를 1개소로 제한하고 있는 것은 무면허자의 의료기관 개설을 예방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며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있는 의사가 다른 의사 명의로 또 다른 의료기관을 개설해 직원의 급료를 지불하는 등 경영에 직접 관여한 것 만으로는 별도의 의료기관을 개설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다만 다른 의사의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무자격자를 고용한 경우에는 중복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타인의 면허를 빌려 의료기관의 개설, 직접 진료를 행하거나 무자격자에게 진료권을 주는 경우가 아니라면 의료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법원은 지난 98년 다른 약사 명의로 약국을 개설한 사건에서 ‘단지 약국의 경영에 있어 자신의 주관하에 무자격자로 하여금 의약품의 조제 내지 판매 업무를 수행하게 한 경우, 1인1약국의 의료법 위반에 해당된다’는 사례도 동일한 맥락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의료 체계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사건으로 취급하면서도 명확한 입장표명을 미루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명확한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갑작스럽게 접한 사안이어서 좀 더 검토를 해봐야 된다”며 직접적 발언을 피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대로 타 명의만 빌려도 병원 중복 개설이 인정된다면 개인 의사가 여러 병원을 운영하는 영리추구의 범위가 대폭 확장될 것으로 보여 파문이 예상된다.
의사 박 모씨는 H내과 신경과를 개설하고 있던 의사 홍모씨로부터 월 500만원을 지급받기로 하고 홍씨가 다른 곳에 개설한 H정신과의원에서 근무 해 의료기관 중복개설에 공모한 혐의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