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실제로 처방되고 있는 의약품 수가 전체 보험급여 의약품의 40%에 불과하며, 종합전문병원의 신규 의약품 도입심사 불합격률이 28.5%에 달해 급여대상 의약품의 선정 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의경 박사는 최근 보건복지부에 연구용역결과로 보고한 ‘보험의약품의 급여관리제도 개선방안’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이를 위해 비보험 의약품을 제외시키는 식의 현행 급여제외목록체계(negative list)를 급여등재목록(positive list)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보험에 적용되는 의약품 수는 1만4천여개로서 2002년을 기준으로 2,500~5,000개에 불과한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 의료기관의 2001년 10월 한달간의 청구분을 모두 조사한 결과 의원급에서 실제로 처방되고 있는 약품 수는 5,542개에 불과해 전체의 40%에 그쳤다.
진료과 별로는 일반과가 4,000개, 내과가 3,309개, 소아과가 1,765개, 가정의학과 1,599개, 일반외과 1,547개, 정형외과 1,348개, 이비인후과 1,203개 순이었다.
그 뒤를 이어 산부인과가 774개, 신경외과 594개, 피부과 550개, 안과 509개, 재활의학과 305개, 정신과 248개, 신경과 137개, 진단방사선과 8개 등이었다.
종합전문병원에서도 실제 제조허가를 받은 의약품 가운데 환자의 진료에 필요한 제품은 일부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종합전문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재 사용중인 상품 개수는 평균 1270.6종이었으며, 신규의약품의 도입심사결과 불합격률은 28.5%인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전문병원에서 약품 수를 이처럼 제한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52.6%가 '재고비용의 감소'였으며, '약품비 절감'이 39.5%를 차지해 약품 수가 많을수록 관리 및 행정 비용의 낭비를 초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의경 박사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보험의약품의 효율적 관리와 적정 사용을 위해서는 보험급여 대상 의약품의 등재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위해 현행 급여제외목록체계(negative list)를 급여등재목록(positive list)체계로 전환해 급여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관리의 양적 효율화를 이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신약에 대한 경제성 평가를 강화하고 등재 의약품의 정기적인 점검을 통해 치료학적 가치와 경제성이 낮은 의약품을 급여대상에서 제외하는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의경 박사는 급여대상의 의약품의 선정 기준을 강화할 경우 ▲의사의 처방 자율권 침해 ▲다양한 치료 가능성 감소 ▲제약사의 자료제출 부담 증대 ▲제품경쟁력이 없는 영세 제약사 도산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예상했다.
따라서 이같은 역기능을 줄이고 순기능을 최대화 하기 위해 급여 대상의 선정 과정에서 투명성을 확보하고 합리적 선정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는 점을 함께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