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끼인 달에는 바쁜게 그래도 미덕입니다”
상도동에 위치한 A 의원은 밀려드는 환자들로 눈코 뜰새가 없었다. 평소의 배는 될 듯한 환자들로 인해 원장이나 직원들이나 잠시의 짬을 내기도 힘들어 보였다.
환자들은 휴일로 인해 4~5일치의 처방을 받고 있었고, 개원가의 논란거리인 처방전 2매가 발행되는 것도 눈에 띈다. 이 병원은 연휴가 시작하는 수요일(21일) 오전과 샐러리맨들이 운좋게 얻은 휴일인 토요일에도 진료를 할 예정이다.
19일 명절을 앞둔 서울지역 개원가를 둘러본 바에 따르면 개원가의 하루는 밀려드는 환자들로 인한 고달픔과 한편으론 안도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연휴 기간 탓으로 서둘러 치료를 받으려는 환자들이 개원가로 밀려들어 개원의들은 눈코뜰새없이 바쁘지만 한편으론 진료일수가 얼마되지 않는 명절 달의 특성상 바쁨이 나름의 위안거리가 되기도 했다.
종로에 위치한 B 피부과는 밀려드는 환자들로 간호사들은 접수와 처방전 발행에도 정신없었다. 대기실을 가득 메운 환자들로 인해 차분한 병원의 인테리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장바닥의 이미지가 더 강렬했다.
간호사 이 씨는 "내일은 환자들이 더 많아 정말 정신 없을 것 같다"며 "그래도 5일이나 연휴가 기다리고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원장 이 모씨는 "이렇게 환자가 몰려도 명절 달은 다른 달에 비해 전체적인 내원 환자수는 적은 편이다"며 "지금이라도 바쁜게 이달에는 나름의 미덕이다"고 말을 이었다.
종로구에서 내과를 운영하는 박 원장은 "진료실적이 좋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는 거지 단순히 수치만 바라보고 어떻게 살 수 있겠냐"며 "그래도 명절이어서 가족들도 보고 오랜만에 쉬는 것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근처에서 의원은 운영하는 윤 원장은 "친지들 만나면 다들 나에 대해 걱정들을 너무 많이해 부담스럽다"며 너스레를 피운 뒤 "연휴를 잘 쉬고 새로운 마음으로 모든 일이 잘 됐으면 한다"며 뒤늦은 새해 소망을 밝혔다.
비록 나쁜 경기에 환자 수까지 주는 명절 달을 보내는 이들의 마음이야 온전히 편치는 않을테지만 가족·친지와의 만남, 휴식 등이 그나마 위안을 주는 듯 보였다.
한편 개원의들이 전한 것처럼 실제로 명절이 끼인 달은 의료기관의 진료실적이 낮아지는 경향은 뚜렷하다. 이는 명절 직전 환자들이 많이 몰린다 해도 연휴가 길어 상쇄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내놓은 월별 요양급여비용과 청구건수를 비교해보면 2003년 설 명절은 주말에 끼어 경기를 보여주지 못했지만, 2002년에는 설(2월)과 추석(9월)은 그해 상·하반기 최하의 진료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2월은 한달 일수가 28일이어서 체감치는 더욱 컸다.
마찬가지로 2001년 설(1월)은 상반기 차하위, 추석(10월)은 휴가기간보다 다소 높은 차차하위의 진료실적을 냈다. 2000년 추석(9월)에는 그 해 하반기 최하의 청구건수(312만건)를 기록했고, 요양급여비용(293억)은 10월(287억)보다 조금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