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은 7월 22일 심장사한 사람의 간을 떼어내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
서울대병원 간 이식팀은 당시 심장사 장기기증에 동의한 보호자의 뜻에 따라 40대 여성의 간을 떼어내 원인 불명의 간경화로 사경을 헤매던 홍모(여, 56) 씨에게 이식했다.
환자는 특별한 합병증 없이 순조롭게 회복돼 최근 퇴원했다.
간은 신장 등 다른 장기에 비해 혈액공급에 쉽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심장이 박동하고 있는 뇌사자 또는 건강한 사람의 간 일부를 떼어내 이식하는(생체간이식) 경우에만 가능했다.
따라서 심장이 정지된 사망자의 간을 이식하는데 성공한 것은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심장사한 사람의 간은 혈액순환 정지에 따른 손상으로 적절한 조치를 신속하게 하지 않으면 뇌사자 간에 비해 이식 간의 상태가 나쁠 가능성이 있지만, 기증 장기의 부족으로 인해 이식받을 차례가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환자를 위해 수년전부터 심장사 간 이식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올해는 서울대병원 간 이식팀에 의해 뇌사자로부터 국내 최초로 간 이식을 성공한지 20주년이 되는 해로, 서울대병원은 20년이 지난 올해 심장사한 사람의 간을 이식하는데 성공함으로써 국내 간 이식술의 한 장을 열었다.
간 공여자는 7월 16일 뇌출혈로 응급수술을 받았으나 뇌사로 진행돼 21일 서울대병원 중환자실로 이송됐다.
이후 혈압이 지속적으로 낮고 심박동수가 감소해 약물치료, 전기충격, 심폐소생술 등의 치료를 받았음에도 결국 같은 날 오후 약 10시경 심장이 멈춰 사망했다. 사망 직후 공여자에게서 간을 떼어내, 홍모 씨에게 이식하는 수술은 22일 새벽 1시에 시작해 오전 8시에 끝났다.
뇌사자 간 이식을 기다리던 홍 씨는 아들의 간 일부를 이식 받기 위해 검사를 받았으나 부적합 판정을 받음에 따라 1주일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추정되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외과 서경석 교수는 “심장사 간 이식은 과거 성적이 나빠 잘 시행되지 않았지만 최근 의학의 발전으로 성적이 향상되면서 선진 외국에서는 조심스럽게 시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서 교수는 “아직도 심장이 멈추면 혈액순환 정지로 인한 산소공급 중단으로 장기가 손상되고, 담도협착을 비롯한 합병증 우려는 있지만 이번 사례와 같이 생명이 경각에 달린 환자에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며 “장기 기증자가 이식 대기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모자라는 장기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1988년 국내 첫 간 이식에 성공한 이후 1998년 한명의 뇌사자에게서 떼어낸 간을 두 명의 환자에게 이식하는 분할 간 이식 첫 성공, 2001년 환자 간의 일부만 절제하고 그 자리에 타인의 간 일부를 붙이는 새로운 간 이식에 첫 성공했다.
또 지난 6월에는 생후 60일된 영아에게 아버지의 간 일부를 이식하는 최연소 간 이식에 성공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