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이미 지급한 요양급여비용을 다시 환수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이 급여의 정당성을 입증할 게 아니라 공단이 부당청구를 증명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지난달 서울서부지방법원이 병원과 공단간 원외처방약제비 반환 소송에서 의료기관의 손을 들어준데 대법원까지 공단에 부당청구 입증책임을 물음에 따라 진료비 환수에 상당한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대법원은 최근 모의료기관이 공단을 상대로 청구한 재심 요양급여비 환수처분 취소소송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환송시켰다.
원고는 지난 2006년 치질수술을 한 후 질병군 분류번호 157100을 적용해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해 지급받았다.
그러나 공단은 원고가 부당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받아갔다며 1300여만원을 환수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1심과 2심 법원은 원고가 이 수술이 질병군분류번호 157100에 해당한다는 점을 증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배척했다.
반면 대법원은 의료기관이 공단으로부터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았음을 이유로 공단이 부당금액을 징수한 후 요양기관에 대해 요양급여비용이 정당하다는 것을 증명하도록 하자 이를 문제 삼았다.
이렇게 되면 요양기관이 청구한 요양급여비용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요양기관에 지급했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제한 없이 요양기관에 지급한 진료비를 징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또 대법원은 “요양기관으로서는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은 뒤에도 해당 진료비 상당액을 징수당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해 장기간 진료기록부 등의 자료를 계속해서 보관하는 등의 조치를 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못 박았다.
대법원은 “이런 사정에 비춰보면 공단이 요양기관에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한 후 비용의 일부나 전부가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지급받았다는 이유로 건강보험법 규정에 따라 해당 급여비용을 징수할 때에는 요양기관이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았다는 것을 공단이 증명할 책임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원심판결에는 피고 공단이 요양기관에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한 후 부당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지급받았다는 이유로 그 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을 징수하는 경우에 있어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심리를 다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