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국민에게 코 묻은 돈을 쥐어주며 해결하려 하는가. 국민들도 제대로 된 의료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의학한림원 유승흠 회장(사진, 연세의대 예방의학 교수)은 24일 연세의료원 종합관에서 가진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현 건보제도의 문제점과 개선책을 이같이 밝혔다.
이날 의학한림원 주최로 열린 제1회 보건의료정책포럼(주제:한국 60년·보건의료 60년 향후 보건의료 발전방향)에는 의료계와 간호계, 약계 등 130여명이 참석해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의료정책에 대한 열띤 논의를 벌였다.
유승흠 회장은 “건국 60년 동안 시대상황과 환경이 굉장히 빠르게 바뀌었다”면서 “하지만 국민소득 800달러이던 1977년 첫 실시된 의료보험제도는 2만 달러를 앞둔 지금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30년간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보험제도를 비판했다.
유 회장은 이어 “이제는 보장성과 효율성을 어떻게 운영해 나가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며 “오늘 포럼도 거시적인 안목에서 덕망과 경륜을 지닌 전문가들이 의료제도의 개선안을 고민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건보제도의 보장성 강화는 암 등 중증질환에 집중해야지 감기까지 모두 수용하려고 하면 안된다”고 말하고 “감기환자를 1~2만원에 치료하는 식의 코 묻은 돈으로 해결할 때 아니다”며 선심성 정책에 목소리를 높였다.
유승흠 회장은 “일정한 건보재정 핑계만 대지 말고 적정한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국민설득이 필요하다”며 “작은 액수의 경증질환까지 동일한 혜택을 원하는 사고 자체가 바보 짓”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문제로 이미 병실의 일원이 되어버린 간병인 제도를 지적했다.
그는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간병인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면서 “건보에서 충당하지 못해 환자와 가족이 별도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간병인 제도는 말도 안 된다”고 제도시정을 주문했다.
유 회장은 끝으로 “현 정부의 정책을 지켜보면서 흡족하지 못하고 마음이 아쉽다”고 전하고 “무엇보다 청와대와 복지부, 공단 등 주요 직위에 정치가와 행정가만 있을 뿐 어느 한 곳에도 의료인이 한 명도 없다는 점”이라며 의료인이 배제된 MB 정부에 대한 서운함을 내비쳤다.
올해 6월 복지부 사단법인 인가로 위상을 높인 의학한림원은 현재 의사와 약사, 간호사 등 200여명의 정회원을 두고 있은 상태로 과학기술한림원과 공학한림원과 더불어 경륜있는 전문가집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