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8월부터 허가사항 범위를 초과한 임의비급여 약제 가운데 의학적 타당성이 있는 약제에 대해 합법적으로 비급여 처방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가 임의비급여 해소 후속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환자들의 진료비 민원이 계속되고 있어 의료기관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심평원에 따르면 30일 현재 의료기관으로부터 임의비급여 약제를 비급여로 처방할 수 있도록 승인 요청이 들어온 약제는 고작 5개에 불과하다.
보건복지가족부는 2006년 성모병원 임의비급여사태가 촉발되자 허가사항을 초과한 약제 가운데 의학적으로 타당한 근거가 있는 약제의 경우 합법적인 비급여로 투여할 수 있는 제도 개선책을 마련해 지난 8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의료기관이 허가사항을 초과한 약제를 비급여로 투여하기 위해서는 병원내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의 사전승인을 받고, 심평원의 심의를 통과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의료기관은 일단 IRB 승인을 받은 날로부터 비급여 투여후 환자에게 약값 전액을 청구할 수 있지만 이후 심평원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어떤 형태로든 투여할 수 없다.
다만 복지부는 임의비급여 합법화 대상을 허가사항 초과 약제 가운데 △대체가능한 약이 없고 △대체가능 약제가 있지만 투여금기 등으로 투여할 수 없는 경우 △대체가능한 약제나 대체치료법보다 비용효과적인 경우로 제한하고, 항암제도 제외했다.
임의비급여 양성화 조치가 시행된 지 두 달이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비급여 승인 신청이 5건에 불과하다는 것은 그만큼 의료기관의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의 A대학병원 관계자는 “관심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임의비급여로 인한 의료기관의 진료비 환불사태는 계속되고 있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최근 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요양기관별 과다본인부담금 환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도 성모병원이 6억9800만원, 세브란스병원이 6억3900만원, 분당서울대병원이 9726만원 등으로 집계돼 환자들의 진료비 환불민원이 적지 않았다. 민원건수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110%나 증가했다.
물론 올해 상반기 진료비 환불액은 복지부의 임의비급여 개선대책이 시행되기 이전의 것이어서 앞으로 환자들의 민원 동향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B대학병원 관계자는 “복지부가 지난해 12월 임의비급여 개선대책을 발표했지만 지금까지 이행된 것은 허가사항 초과 약제 하나 뿐인데 그마저 항암제를 제외해 실효성이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병원이 할 수 있는 건 손실을 감수하는 것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복지부는 지난해 임의비급여 개선대책으로 △허가사항 초과 치료재료 △요양급여기준 위반 △진료수가에 이미 포함된 약제·검사·치료재료 비용의 별도징수 등도 포함돼 있었지만 허가사항 초과 약제 이외에는 후속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