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임의비급여 합법화 한 달|
보건복지가족부가 의학적 임의비급여 양성화조치를 시행한지 한 달이 지났다. 임의비급여는 성모병원 임의비급여사건이 터지면서 병원계의 핵심쟁점으로 급부상했고, 복지부도 이를 수용해 의학적 타당성이 인정된 임의비급여약제에 대해서는 합법적으로 투여할 수 있는 길을 터주었다. 임의비급여 합법화에 대한 병원계의 반응과 개선방안을 심층취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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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의비급여 양성화 기대할 게 없다”
(하)성모병원사태는 현재형…개선책 시급
성모병원 관계자는 31일 “정부의 의학적 임의비급여 합법화 조치가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별로 영양가가 없다는 게 대체적인 판단”이라면서 “아직까지 의료진으로부터 허가사항 초과 약제를 비급여로 사용하도록 승인해 달라는 요청이 한건도 없다”고 털어놨다.
2006년 12월 백혈병환우회가 성모병원의 임의비급여 실태를 폭로하면서 이 문제는 의료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다.
사건의 직접 당사자인 성모병원은 복지부 실사 과정에서 임의비급여한 사실이 적발돼 부당이득금 28억여원 환수처분과 함께 141억여원 과징금처분까지 받자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다른 병원들도 임의비급여사태의 직격탄을 피해가지 못했다. 성모병원 사태 직후 의료기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면서 심평원에 진료비 확인 민원이 폭주했다.
지난해 상반기 전국 43개 종합전문요양기관에 제기된 진료비 확인 민원은 3345건으로 2006년 같은 기간 2364건보다 41%나 증가했고, 임의비급여로 드러나 환자들에게 환불한 진료비가 이 기간 10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복지부는 허가사항을 초과한 약제 가운데 의학적으로 타당한 근거가 있을 경우 합법적인 비급여로 투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책을 마련, 8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소위 ‘임의비급여 합법화’ 핵심은 허가사항을 초과한 약제라 하더라도 병원내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의 사전승인과 심평원 심의를 통과하면 합법적으로 비급여 투여하고, 약값 전액을 환자에게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복지부는 임의비급여 합법화 대상을 허가사항 초과 약제 가운데 △대체가능한 약이 없고 △대체가능 약제가 있지만 투여금기 등으로 투여할 수 없는 경우 △대체가능한 약제나 대체치료법보다 비용효과적인 경우로 제한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의학적 임의비급여를 양성화한지 한 달. 이에 대한 병원계의 평가는 성모병원과 별반 다르지 않다.
대표적인 대학병원인 A, B대학병원 역시 IRB 승인을 요청한 허가사항 초과 약제가 전무하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일부 교수들이 임의비급여 약제를 합법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의학적 타당성을 입증할 자료를 수집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병원 IRB를 통과한다 하더라도 심평원에서 비급여 승인이 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병원계 냉담, 심평원에 고작 2건 신청
그렇다면 심평원에 비급여 사용 승인을 요청한 임의비급여 약제는 몇 개나 될까.
29일 심평원에 확인한 결과 의료기관으로부터 사용 승인 요청이 들어온 임의비급여 약제는 고작 2개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병원들이 임의비급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허가사항을 초과한 약제 가운데 의학적 타당성이 인정된 약제에 대해서는 합법적인 비급여를 인정해야 한다는 게 병원계의 요구였다.
이런 점에서 병원계가 임의비급여 양성화 조치가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의외가 아닐 수 없다.
성모병원 교수는 이런 분위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는 “일단 임의비급여 양성화조치를 지켜보자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면서 “심평원에 비급여 승인 요청을 해봐야 불인정될 게 불 보듯 뻔한데 괜히 서둘러 신청했다가 승인도 못 받고, 실 없는 사람으로 낙인 찍힐 수 있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심평원 관계자는 “비급여 승인 요청이 많지 않은 건 당연하다”면서 “임의비급여 약을 합법적으로 투여하기 위해서는 의학적 근거가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환자 입장에서는 고가 약값 전액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