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공의 폭력사태와 수련거부 등으로 수련환경 문제가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이러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수련환경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지만 구체적인 개선안이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설문조사를 통해 일선 전공의들의 수련실태를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짚어본다.[편집자주]
<상> '5시간 토막잠' 과로에 시달리는 전공의들
<중> 스트레스에 짓눌린 전공의 "벗어나고 싶다"
<하> 수련환경 개선, 모두가 나서야 한다.
"전공의들에게 최소한의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
대한전공의협의회와 전공의들이 기회가 주어질때마다 반복해서 주장하는 요구안이다. 과연 어떤 환경속에서 근무하고 있기에 매년 이런 절규를 쏟아내는걸까.
이에 따라 메디칼타임즈와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전공의들의 실제 근무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87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절반 이상 주당 80시간 이상 근무···5시간 쪽잠
설문조사 결과 전공의의 근무여건은 심각했다. 우선 전체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주당 80시간 이상 근무한다고 답했으며, 하루 평균 3~5시간 정도 밖에 수면을 취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태반이었다.
전체 전공의 가운데 212명(30.7%)은 일주일에 100시간 이상 근무한다고 답했고, 80시간 이상 일한다는 전공의도 171명(24.8%)에 달했다.
실제로 하루에 7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는 전공의는 전체의 3.1%(22명)에 지나지 않았다. 371명(53.8%)은 하루에 5시간밖에 자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반면 현재 노동법에 규정된 법정 노동시간인 40시간을 일하고 있는 전공의는 단 6명(0.8%) 이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정승진 회장은 "이는 대다수 전공의들이 법에서 정한 근무시간의 2배 이상을 일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교육생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말도 안되는 근무환경에 노출돼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과도한 근무를 지속하다보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전공의들이 많았다.
응답자 가운데 5시간 정도의 토막잠으로 피곤을 덜어내는 전공의들이 절반이 넘었다.
A대학병원 전공의는 "5시간이라도 편하게 잘 수 있는 전공의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늘 응급콜과 교수, 선배들의 호출에 대기해야 하는 만큼 긴장 속에서 잠시 눈만 붙인다는 표현이 적당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 많은 전공의들이 옷과 신발을 그대로 착용한 채 잠을 잔다"며 "샤워를 하고 잔다는 것은 정말 꿈만 같은 얘기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피로도' 환자 수준···근무 만족도 최악
이렇듯 늘 긴장 속에서 잠잘 시간마저 뺏긴 채 근무를 지속하다보니 전공의들의 피로수준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전공의 874명의 피로도를 측정한 결과 43.8점으로 질병 수준에 가깝게 나타났다.
현재 의학계에서는 피로도가 36점 이상일 경우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는 수준으로 파악하고 치료를 권하고 있다.
분석결과 아무래도 주당 근무시간이 길고, 수면시간이 적은 전공의들의 피로도가 당연히 높았다. 주당 100시간 이상 일하는 전공의들이 피로도 45.5점으로 최고 수치를 기록했고, 80~100시간 미만이 43.9점, 40~60 시간이 41.2점 순으로 분석됐다.
반면 법정 근무시간인 40시간 미만으로 근무하는 전공의들은 35.7점으로 그나마 정상수치에 가까워 근무시간이 피로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하루에 3시간 이하로 수면을 취하는 전공의들의 피로도는 50.3점으로 심각한 위험수준이었다. 이어 3~5시간이 44.3점으로 역시 높은 수치를 보였으며 5~7시간이 43점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많은 근무시간과 적은 수면시간으로 피로에 시달리면서 전공의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었다.
업무량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전공의가 258명으로 37.4%에 달했으며 '만족한다'는 답변은 16명(2.3%)에 불과했다.
또한 급여면에서도 전공의들의 불만이 상당했다. 전체 전공의 중 40.9%에 달하는 282명이 급여에 불만이 많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며, 상당히 불만이라는 의견도 258명(37.4%)이나 됐다.
반면 만족한다는 의견은 35명(5%)으로, 업무와 급여에 불만이 매우 높았다.
정승진 회장은 "대다수 전공의들이 높은 노동강도와 낮은 급여수준에 신음하고 있다"며 "이같은 사실이 설문을 통해 명백히 밝혀진 만큼 대책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