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극심한 경기한파가 성형외과가 대거 몰려있는 압구정동까지 몰아치고 있다.성형외과 개원의들은 가을 비수기에 경기한파까지 겹쳐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거나 혹은 포기하고 이전하는 사례가 늘고있다. 극심한 불황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압구정동을 직접 가봤다.
<편집자주>
"정말이지 요즘 같으면 조만간 문닫아야 할 판이다." "압구정동 성형외과가 잘 된다는 말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압구정역 인근의 성형외과 개원의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지하철 압구정역 지하도부터 출구까지 빼곡히 걸려있는 지하철 광고판을 무색하게 했다.
"압구정동 성형외과 불패신화 무너졌다"
21일 압구정역 인근의 M메디컬빌딩 5층에 위치한 Y성형외과는 오후 2시임에도 불구하고 불이 꺼져있었다. 간판은 그대로 있지만 병원 문 아래로는 광고전단지가 아무렇게나 널려있어 한동안 방치됐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Y성형외과 옆에 개원한 피부과의원의 한 직원은 "지난 여름부터 문을 닫은 것 같다"며 "올해 5월경 개원하더니 3개월을 채 못 채우고 8월경부터 진료를 중단했다"고 했다.
4층에 개원한 L한의원 역시 '휴진'이라는 안내문과 함께 불이 꺼져있어 썰렁했다. L한의원 옆의 치과의원 한 직원은 "주중에는 거의 휴진을 하고 주말에만 진료를 하는 것 같다"며 "평소에도 주중에는 거의 '휴진'이라는 안내문을 붙여놓고 예약환자가 있을 때만 잠깐씩 진료를 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또한 3층의 한 점포는 '임대' 안내문이 붙은 채 비어있었다. 여느 때 같으면 자리가 없어서 난리였겠지만 최근에는 공실이 좀처럼 금새 채워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었다.
성형외과 개원 불패신화를 이끌던 압구정동 또한 심각한 경기침체로 '성형외과를 하려면 압구정동으로 가라'는 말은 더 이상 먹히지 않고 있었다.
"규모 클수록 유지비 상승, 경영 어렵다"
한편, 압구정역 인근에 2개층 규모로 개원한 G성형외과는 최근 들어 허리띠를 바짝 조이고 있다.
환자가 줄어들고 경기가 어려워진 반면 인건비, 관리비, 임대료 등 유지비는 낮출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절세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U성형외과 한 개원의는 "얼마 전 압구정동에서 부천으로 옮겨간 동료 개원의가 상당히 만족해하더라"면서 "압구정동에서 높은 임대료와 관리비에 허덕이다가 중소도시로 옮겨가니 일단 유지비가 적게 들어 환자가 많지 않아도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없다더라"고 전했다.
심지어 2개층을 사용하는 등 대형 성형외과들은 출혈경쟁을 시작했다.
인건비, 광고비, 관리비 등 고정적인 비용을 줄일 수 없다보니 성형외과 수술비를 낮춰서라도 환자를 많이 끌겠다는 전략을 도입한 것.
Y성형외과 개원의는 "단독개원인 경우에는 그나마 인건비도 적고 관리비가 적게들지만 규모가 크면 클수록 유지비가 상승해 이를 유지하고자 각 성형외과별로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는 걸로 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그중 하나의 방법으로 성형수술비를 최대한 낮춤으로써 소위 박리다매식 진료를 실시, 성형외과 개원시장에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압구정동 폐업 증가…그러나 개업도 증가
실제로 압구정동의 현상은 강남구보건소를 통해 확인한 통계자료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2006년에 폐업한 성형외과는 총 10곳에 불과했지만 2007년 한해동안은 27곳으로 급증했다. 또한 올해 10월 현재까지 총 23곳에 달해 폐업률이 빠르게 늘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성형외과개원의협의회 황영중 회장은 "나 또한 압구정동에 있는 개원의로서 올해 성형외과 경기는 심각해졌음을 피부로 느낄 정도"라며 "더욱 심각한 것은 이 같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압구정동의 개원율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06년도 한해동안 성형외과 개원은 29곳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7년에는 37개, 올해는 10월 현재까지 40개가 개원, 압구정동은 여전히 성형외과 의사들에게 꿈의 무대로 남아있음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