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의료진들이 북한 평양의대병원 의사들과 협동으로 환자들을 진료하고 돌아왔다.
이는 남북간 민간 의료교류가 의료장비나 의약품 제공 수준에서 환자 진료 단계로 한 차원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해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다.
서울대병원 성상철 병원장을 포함한 의료진들은 최근 3박4일 일정으로 평양의대병원 어깨동무소아병동 준공식 행사차 평양을 방문했다.
평양의대병원을 방문한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이 기간 어깨동무소아병동 준공식 행사 외에도 북한 의료진과 공동 학술 심포지엄을 열어 최신지견을 공유하고, 실제 현지 환자들을 협동진료하는 성과를 올렸다.
방북단에 참여한 신희영(혈액종양) 교수는 5일 “평양의대병원 의사들과 소아백혈병환자들을 같이 진료했는데 그 자체가 감동적이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 의사가 소아 환자들을 직접 진료한 후 북한 의사들과 환자 상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보호자에게 환자 상태를 설명하는 시대를 연 것이다.
신 교수는 이 기간 평양의대병원에서 재생불량성 빈혈환자 2명, 백혈병환자 2명을 포함해 모두 5명의 소아환자들을 진료했다.
서울대병원의 소아 신장, 신경, 감염, 심장, 호흡기, 소화기 의료진들도 신 교수처럼 협동진료를 벌였다.
이들 방북단은 외부 관광일정을 전혀 잡지 않고, 환자 진료와 학술 심포지엄 등 남북 의학 교류의 새 장을 여는데 온 힘을 쏟았다.
신 교수는 “지금까지 남북간 의료교류가 의료장비나 의약품을 제공하는 차원이었다면 이번에는 남북한 의사들이 환자들을 협동진료하고, 의료정보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한 차원 높은 의료교류의 첫 발을 내딛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의료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신 교수는 “북한에서는 항암치료를 거의 하지 못하는 등 의료환경이 상당히 열악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신 교수는 “이런 좋지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북한 의료진들은 진단을 정확히 내리고, 치료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면서 “학술세미나에서는 강의를 영어로 해 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생각보다 수준이 높았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은 의약품과 의료장비 등이 부족할 뿐 의학 수준은 떨어지지 않았다”면서 “우리가 조금만 지원해주면 금방 올라갈 것”이라면서 “손재주 역시 좋았다”고 덧붙였다.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관계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좋았다는 게 신 교수의 평가다.
신 교수는 “북한 환자들은 의사들은 존경하고, 의사들 역시 열악한 환경이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남북간 의료교류는 이제 소아를 넘어 성인진료로 확대된다.
서울대병원 오병희 진료부원장을 포함한 의료진은 이달 중 다시 방북해 평양의료진과 같이 성인환자들을 진료할 계획이다.
오병희 부원장 등은 서울대병원이 농협의 후원을 받아 북한에 제공한 의료장비탑재버스와 의료인이동용버스를 타고 곳곳을 누비게 된다.
신희영 교수는 “앞으로 북한 의료진을 초청해 트레이닝을 하거나 우리 의료진을 파견하면 좋지만 아직 정치적 환경이 성숙되지 않아 한계가 있다”면서 “인도적 차원에서 의학교류가 꾸준히 이뤄지면 언젠가는 가능해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