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A성형외과 가모 원장은 얼마 전 병원을 찾아온 뜻밖의 손님에 당황했다. 공중보건의 시절 치료감호소에서 만났던 환자가 찾아와 경제적인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
가 원장은 최근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중태에 빠진 사건이 머릿속에 떠올라 섣불리 내쫒지 못했다.
11일 개원가에 따르면 최근 경제가 어려워지자 개원가에서 이같은 사례가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소 근무 개원의 대상…돈 달라 요구"
개원의 중에도 공중보건의 당시 교도소나 치료감호소 등에서 근무하면서 수감자들과 안면을 익혔던 개원의들이 주 타깃이 되고 있다.
공중보건의로 근무할 때 만났던 이들이 병원으로 찾아와 금전적인 지원을 요구하며 협박 아닌 협박이 있다는 것.
가 원장은 "그가 나에게 한 첫마디는 자신이 교도소에서 출소한지 3일 됐다는 얘기였다"며 "생활이 어렵다며 내가 생각나서 찾아왔다고 말하는 데 너무 긴장이 되서 잠시 할말을 잊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그렇지 않아도 요즘 흉흉한 의사폭행 사건도 발생한데다 이 같은 일이 생기니 겁이 나서 섣불리 거절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결국 가 원장은 병원 경영도 상황이 여의치 않아 어렵다며 돌려보냈지만 그의 갑작스런 방문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병원 광고 통해 불시에 방문"
몇 년전 만난 그들이 찾아오는 경로는 다름 아닌 의료기관 광고물. 광고물에 기재된 원장 사진과 이름, 연락처 등을 통해 정보를 얻고 찾아오는 것이다.
경기도의 B의원 나 원장도 얼마 전 한 환자가 지하철에 내 건 광고물을 보고 찾아왔다며 금전적인 지원을 요구해왔다고 했다.
공중보건의 시절 교도소에서 근무를 했던 나 원장은 안면이 있던 환자였긴 하지만 그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적잖이 놀라 멈칫했지만 정중하게 거절하고 되돌려보냈다.
그는 "한번 쯤이야 괜찮지만 한번이 두번, 두번이 세번이 될 것 같아 거절했다"며 "이번 일 이후로 의료기관 광고에 얼굴사진을 넣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해보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