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확보가 필요한 환자를 수술하면서도 이에 대한 조치를 하지 않아 결국 환자를 저산소증에 의한 뇌손상에 이르게한 의사와 병원에게 7억원이라는 거액의 배상금이 내려졌다.
만약 기도삽관 등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간과한 것은 명백한 의료과실이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인 것.
울산지방법원 민사3부는 최근 갑상선암 시술 후 지혈과정에서 기도가 막혀 저산소증으로 뇌손상을 입은 환자의 가족들이 의사와 병원의 과실을 물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가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의사는 시술전 기도압박 내지 기도폐색에 의해 환자가 호흡곤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며 "더욱이 호흡곤란이 일어나면 뇌손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이에 대한 조치를 하지 않았기에 과실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11일 판결문에 따르면 환자 A씨는 갑상선 부위에 딱딱한 종양이 만져지자 B병원에 내원, 갑상선 유두암을 진단받았다.
이에 따라 이 병원 외과과장인 C씨는 A씨에 대한 갑상선 제거수술을 시행했지만 다음날부터 수술부위에서 지속적으로 출혈증상이 지속됐다.
이에 C씨는 수술부위의 출혈 및 혈종이 의심된다며 재수술과 3차 수술을 시행했지만 다음날부터 또 다시 급성출혈 증상이 시작됐고, 결국 C씨는 출혈지점을 찾기 위한 혈관조영술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C씨는 기도삽관을 시행할 경우 환자의 몸이 뒤틀려 혈관조영술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며 기도삽관을 하지 않았고, 그 결과 A씨는 수술중 기도폐색에 의한 호흡곤란을 일으켜 뇌손상을 입게 됐다.
재판부는 "의사 C씨는 환자가 호흡곤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으며 특히 1차 수술후부터 경부부종이 발생해 즉각적인 기도삽관이 용이하지 않다는 것을 예견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이에 대한 사전조치없이 혈관조영술을 시행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만약 수술중 호흡곤란이 발생했을 경우 뇌손상이 생기지 않도록 5분이내에 충분한 기도를 확보했어야 한다"며 "하지만 수술기록지 등을 살펴본 결과 호흡곤란이 일어나고부터 8분 동안 기도삽관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병원과 의사C씨는 기도삽관은 지체됐지만 엠브마스크 등에 의해 산소공급조치는 충분히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의료진으로서 충분한 조치를 취했지만 환자가 폐부종과 폐호흡부종이 있어 뇌에 산소공급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의사 C씨 또한 혈관조영술 중 기도폐색에 의한 저산소증과 이로 인한 뇌손상을 의심하고 신경과와 신경외과에 협진을 의뢰했다는 점에서 A씨는 수술중 과실로 인해 뇌손상이 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병원과 의사에게 7억여원의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했다.